미생물로 휴대전화에서 金 캐는 ‘재활용의 과학’

  • 입력 2008년 2월 29일 02시 56분


김치를 즐겨 먹는 한국인과 햄버거를 좋아하는 미국인이 각각 쓰레기 한 봉지를 버렸다. 쓰레기만 보고 누가 버렸는지 알아낸다면 당신의 관찰력은 명탐정 수준이다. 그러나 소각재만으로 쓰레기의 ‘출처’를 맞힌다면 거의 ‘신기’에 가깝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활용소재연구부 안지환 박사는 소각재에 들어 있는 염소(Cl) 성분을 단서로 한국인과 미국인의 쓰레기를 구분할 수 있다고 귀띔한다.

“한국인은 김치나 간장처럼 짠 음식을 즐겨 먹기 때문에 이를 태우면 그 안에 있던 소금(NaCl) 성분에서 염소가 분리돼 나옵니다.”

염소는 수질을 오염시키고 철근을 부식시켜 소각재의 재활용을 방해하는 골칫거리다. 지난해 6월 안 박사팀은 소각재의 염소 성분을 이산화탄소(CO2)로 제거하는 방법을 개발해 올해부터 산업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한국의 생활쓰레기 소각재 1kg은 평균 30g가량의 염소를 포함하고 있다. 이는 일본의 2배, 미국의 7배에 이른다. 유럽의 경우 매년 소각재의 60∼90%를 재활용해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벽돌의 원료로 사용하지만 한국은 염소 성분이 지나치게 많은 탓에 소각재 대부분을 땅에 묻었다.

안 박사팀이 개발한 염소 제거 방법은 소각재를 맘껏 재활용하고 발전소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사용하므로 지구온난화도 늦출 수 있다. 여기에 탄소배출권을 인정받으며 생기는 경제적 이익까지 더하면 일석삼조다. 과학동아 3월호는 소각재 재활용 기술을 포함해 미생물로 휴대전화에서 금을 캐고, 폐식용유로 바이오디젤을 만드는 ‘리사이클링의 과학’을 소개한다.

신방실 동아사이언스 기자 weez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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