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 → 접합 → 보강 → 채색’ 4개월 걸릴듯

  • 입력 2008년 2월 14일 02시 59분


숭례문 화재 때 가까스로 살아남아 서울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으로 옮겨진 숭례문 현판. 글씨가 쓰인 본판과 테두리의 일부가 부서진 상태다. 연합뉴스
숭례문 화재 때 가까스로 살아남아 서울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으로 옮겨진 숭례문 현판. 글씨가 쓰인 본판과 테두리의 일부가 부서진 상태다. 연합뉴스
■ 숭례문 현판 보수 - 복원 어떻게

말리고- 나무 뒤틀리지 않도록 그늘에서

붙이고- 균열부위 천연아교로 정교하게

만들고- 잃어버린 6조각 동일 수종으로

그리고- 글씨-바탕-테두리 문양 새롭게

숭례문 참화 속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숭례문 현판. 서울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으로 옮겨져 현재 보수 및 복원 과정을 앞두고 있다.

숭례문 현판은 화재 당시 소방관들이 현판을 떼는 과정에서 바닥으로 떨어져 글씨가 쓰인 본판(本板)과 그 주변의 테두리의 일부가 부서져 나간 상태. 진화 과정에서 소방수를 맞아 물이 많이 배어 있기도 하다.

테두리를 포함한 숭례문 현판의 전체 크기는 가로 189cm, 세로 282cm이며 무게가 100kg에 달할 정도로 매우 크고 무겁다. 글씨가 쓰인 본판의 크기는 가로 79cm, 세로 219cm. 두 겹으로 이뤄진 본판의 두께는 8cm이고 테두리의 두께는 3.2cm. 재질은 소나무. 국립고궁박물관의 소재구 관장은 “이렇게 크고 튼튼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땅에 떨어졌어도 크게 훼손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판의 보수 및 복원 작업은 목재에 밴 물을 빼내고 부서진 부분을 보수하는 데 초점을 맞춰 진행된다. 예상 소요 기간은 4개월 내외.

그 첫 단계는 화재 현장에서 부서진 조각을 찾아내는 일. 고궁박물관 관계자들은 화재 이후 현장을 샅샅이 뒤져 부서져 땅에 떨어진 테두리 조각과 글씨가 쓰인 본판의 조각을 대부분 찾아냈다.

그러나 미세하게 떨어져 나간 본판의 6조각(각각 가로 1cm, 세로 5cm 내외 )은 13일까지 찾지 못했다. 고궁박물관의 이귀영 유물과학과장은 “작은 조각 하나라도 모두 찾아내야 하는데, 뜨거운 불에 타버린 것인지 아직 찾지 못했다”면서 안타까워했다.

박물관은 13일부터 현판에 배어 있는 물기를 빼내기 위해 건조 작업에 들어갔다. 소 관장은 “햇볕에 말릴 경우 나무 현판이 뒤틀릴 우려가 있어 음지에서 자연 건조하기로 했다”면서 “건조 기간이 어느 정도 걸릴지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부서져 떨어진 조각을 이용해 목재의 수종 분석과 연대 측정을 병행할 계획이다. 소나무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하게 성분을 분석해야 그에 맞는 수종으로 떨어져 나간 부분을 복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부서져 떨어져 나간 조각과 균열 부위 등을 접합한다. 또한 분실된 조각은 현판과 동일한 수종의 나무로 복원해 원 위치에 붙인다. 접착제는 전통 방식으로 제작한 천연 아교를 사용할 계획이다.

훼손 부위에 대한 보수가 끝나면 현판의 본판 글씨와 배경, 테두리의 문양 등을 새로 채색하게 된다.

이어 숭례문에 매달 수 있도록 현판 뒷면에 못과 고리를 박아야 한다. 소 관장은 “1963년 수리 공사 때엔 요즘 사용하는 보통 못을 박아 걸었지만 이번엔 전통 방식으로 못과 고리를 만들어 박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판 보수 및 복원 작업의 마지막 과정은 숭례문에 거는 일. 현판은 몇 개월 안에 복원될 수 있지만 숭례문의 처마 아래 그 위치로 당당하게 돌아가기 위해선 3년 이상을 기다리지 않을 수 없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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