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오페라 공연중 불…관객 1800명 긴급대피 소동

  • 입력 2007년 12월 1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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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7시40분 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라보엠' 상연 도중 무대 위에서 불이나 관객 1800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날 불은 오페라 '라보엠' 1막이 시작된 후 10여 분만에 무대 중앙에 설치돼 있던 난로에서 불꽃이 번지기 시작했다. 당시 무대에서는 4명의 남자 성악가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으며 불이 무대 천장까지 치솟아 커튼까지 옮겨 붙었다.

남자 주인공 로돌포 역을 맡았던 테너 신동호(중앙대 성악과 교수) 씨는 "시인인 로돌포가 난로에 원고를 넣고 돌아서는 장면을 연기한 뒤 노래를 하고 있었는데 약 2~3분 후에 난로에서 불이 붙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불이나자 스태프들이 소화기를 이용해 진화에 나섰고, 소방관들이 출동해 오후 8시 8분경 진화됐다. 이날 불로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유독가스를 마신 60여명의 관객과 출연진들은 검사를 받기 위해 인근 병원으로 갔다.

경찰과 소방서 측은 불이 무대 위의 조명장치가 과열돼 누전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인을 조사 중이다. 무대 위 난로 안에는 불꽃처럼 보이게 하는 빨간색 조명기구가 설치돼 있었다.

관객 유형아 씨(28)는 "난로 주변으로 불이 점점 커지더니 난로 뿐 아니라 무대 뒤 커튼까지 번져 불꽃이 막 떨어지기 시작했다"며 "놀란 성악가들이 무대 앞쪽으로 나오고 스태프가 소화기를 꺼내 달려오자 불이 난 걸 알고 관객들이 뛰어나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관객 이동호 씨(32)는 "모처럼 공연장을 찾았는 데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연장인 예술의전당에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예술의전당과 국립 오페라단이 공동 주최한 오페라 '라보엠'은 연말 크리스마스 특별공연으로 6일부터 14일까지 공연될 예정이었다. 이날 객석에는 모 기업이 초청한 관객 1800여 명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들은 예술의전당의 안내방송에 따라 10여 분만에 대피했다. 그러나 일부 출연진들은 "무대에서 화재가 났는데도 스프링클러도 작동하지 않았다. 비상구 안내도 받지 못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겨우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경찰은 조명에서 누전된 불꽃이 무대의 인화물질로 순식간에 번진 점을 보아 예술의전당측이 무대 장치에 방염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소방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켰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화재가 발생하자마자 무대와 객석을 격리하는 방화벽을 내린 후 스태프들이 진화에 나섰다"며 "일단 남은 13, 14일 '라보엠' 공연은 취소됐으며 언제쯤 오페라극장이 정상 가동될지는 화재 현장이 정리된 후에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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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 이훈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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