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場을 전시하라… 작품만 내건 닫힌 공간 탈피

  • 입력 2007년 11월 19일 03시 01분


“벽과 천장으로 꽉 막힌 답답한 공간에서 외부와 소통하고 생동감 넘치는 공간으로!”

최근 미술품 전시 공간의 내부가 변하고 있다. 닫힌 공간에서 작품만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전시 공간 내부의 건축미까지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바뀌는 것이다.

○ 유리창을 통한 외부와의 소통

이 같은 변화의 특징은 전시실에 유리창을 설치한다는 점. 그동안은 건물 외관을 멋있게 지어도 내부 전시 공간은 벽과 천장만 있는 닫힌 공간이 대부분이었다.

변화는 2004년 삼성미술관 리움과 2005년 국립중앙박물관이 개관하면서 시작됐다. 이 두 곳은 일부 전시실에 유리창과 유리벽을 만들어 밖을 내다볼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 1년 사이 개인 화랑으로 확산되고 있다. 남한강 풍경이 내다보이도록 전시실에 대형 유리창을 만들고 동시에 채광창까지 꾸민 경기 양평군의 닥터박 갤러리, 전시실에서 은행나무길의 정취를 감상할 수 있도록 대형 유리벽을 만들어 놓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갤러리 로얄, 해운대 바닷가가 한눈에 들어오도록 유리창을 설치한 부산 해운대구의 가나아트부산 등.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오페라 갤러리는 아예 전시장 외관 전체(약 20m)를 쇼윈도처럼 유리로 꾸며 작품을 전시한다. 그 앞을 지나는 행인들이 자연히 발걸음을 멈추기 마련이다.

전시실의 유리창은 외부와의 소통을 의미한다. 보통 때도 이채롭지만 비나 눈이 내리면 전시실의 안팎은 더욱 낭만적인 분위기로 바뀐다.

○ 다양하고 생동감 넘치는 공간

또 다른 특징은 유리창에 그치지 않고 다양하고 생동감 있게 내부 공간을 구성한다는 점.

닥터박 갤러리는 2, 3층 전시실 사이에 트인 공간을 대각선으로 배치해 깊이감과 긴장감을 연출한다. 위아래를 연결하는 계단의 변화도 매력적이다. 이곳은 건물이 남한강 위에 떠있는 듯한 느낌과 함께 건물 안팎의 공간 연출에 힘입어 나들이 장소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갤러리 로얄의 내부는 웅장한 분위기의 갈색 나무 계단, 천장에 계단을 매달아 지탱해 주는 철제 와이어, 높이 15m에 달하는 탁 트인 벽이 어우러져 공간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이라고 할 만하다. 이런 공간은 그림 사진 조형물 등 어떤 작품에도 잘 어울린다.

제주 서귀포시의 비오토피아 주택단지에 위치한 박여숙화랑제주는 주택 내부를 갤러리로 꾸며 놓았다. 아기자기하고 다양한 실내를 전시 공간으로 활용해 새롭고 생동감 넘치는 전시 연출이 가능해진다. 도자기 같은 실용 예술을 전시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큐레이터 주민영 씨는 “최근엔 이 같은 공간 활용을 참고해 아파트를 지으려는 건설 회사의 문의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전시 공간의 변화는 미술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작품만 감상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미술이 생활과 자연에 좀 더 가까워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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