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83>雖鞭之長, 不及馬腹

  • 입력 2007년 11월 2일 03시 03분


雖(수)는 비록의 뜻으로 양보나 가정을 표시한다. 鞭(편)은 채찍 또는 매질한다는 뜻이다. 鞭撻(편달)은 채찍질한다는 뜻으로 타이르고 격려하는 의미로 많이 쓰인다. 敎鞭(교편)은 교사가 수업에서 지시할 때 사용하는 가느다란 막대기다. 교직생활을 교편을 잡는다고 한다. 之(지)는 형용사 앞에서 그렇게 또는 그만큼의 어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長(장)은 길거나 멀거나 오램 또는 크거나 뛰어남을 의미한다. 또 으뜸이나 우두머리나 나이 많음을 의미한다.

及(급)은 시간이나 장소 또는 정도에 미치다 또는 이르다의 뜻이다. 及第(급제)는 시험에 합격함을 뜻하고 及其也(급기야)는 마침내 또는 결말에 가서라는 뜻이다. 過猶不及(과유불급)은 지나침은 모자람과 같다는 뜻이다.

腹(복)은 배를 가리킨다. 속마음, 또는 배에 해당하는 지형이나 사물의 중앙을 가리키기도 한다. 心腹(심복)은 심장과 배이다. 또 요긴하여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나 마음 놓고 믿을 수 있는 부하를 비유한다. 腹心(복심)이라고도 한다. 心悅誠服(심열성복·충심으로 기뻐하며 성심을 다해 복종함)의 준말인 心服(심복)과는 차이가 있다.

채찍이 길다고 해도 말의 배에까지 미치기는 어렵다. 재주가 뛰어나도 미치지 못하는 데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 쓰임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자신의 경우이든 남의 경우이든 모든 방면의 능력을 바라거나 모든 방면에서 유용하게 쓰이기를 기대하는 자세는 지나친 욕심에 불과하다. 만능을 바라기보다는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긍정적일 필요가 있다. ‘左傳(좌전)’에 보이는 말인데, 줄여서 鞭長不及馬腹(편장불급마복) 또는 편장막급(鞭長莫及)이라고도 말한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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