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수기자의 맛있는 테마]청계산 등산로 입구 ‘곤드레집’

  • 입력 2007년 11월 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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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드레나물밥 푸른 향기와 양념 불고기의 담백한 유혹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이 곤드레만드레 술 취한 사람 같아 ‘곤드레’란 이름이 붙었다. 정식 이름은 고려엉겅퀴.

옛날 보릿고개 때 서민들의 허기를 달래 주던 구황작물이었으니 먹을거리가 풍성한 시절과는 거리가 멀다. 선조들은 쌀이 떨어져 가는 5, 6월경 약간의 곡식과 곤드레 나물을 넣어 죽을 끓여 먹었다. 주린 배도 채워 주고 못 먹어 생긴 부기도 가라앉혔다고 한다.

곤드레는 먹을거리가 널린 요즘 건강식으로 재탄생했다. 단백질 탄수화물 무기질 비타민 등이 골고루 들어 있을 뿐만 아니라 혈액순환과 이뇨작용을 도와 당뇨, 고혈압 등 성인병에 좋다고 한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일대 회사원들이 많이 찾는 ‘곤드레집’에선 강원 산골에서 나는 곤드레나물밥을 먹을 수 있다. 사장 김미림 씨가 여행 도중 먹어 보고 맛에 반해 3년 반 전 직접 음식점을 차렸다.

강원 영월 정선 평창 등지에서 많이 나는 곤드레나물은 5∼8월 잎을 딴다. 딴 잎을 즉시 끓는 물에 데쳐 냉동한다. 김 씨는 “나물은 말리면 질겨진다”면서 “제철 나물과 급속 냉동한 나물만을 쓰기 때문에 부드럽다”고 말했다.

손님의 주문을 받고 나서야 새로 밥을 짓는 것도 부드러운 맛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압력솥에 곤드레나물을 넣고 쌀과 찹쌀을 넣은 뒤 들기름을 조금 넣어 밥을 한다. 갓 지어낸 나물밥을 양념간장이나 강된장에 비벼, 기름을 바르지 않고 구운 김에 싸 먹으면 된다. 푸른 기가 도는 고소한 밥이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된장찌개 두부부침 고추장아찌 비듬나물 배추김치 등이 반찬으로 나온다.

석쇠불고기도 이 집이 자랑하는 메뉴 중 하나. 쇠고기 등심 부위를 얇게 저며 사과 배 양파 꿀 등으로 만든 양념에 재워 둔다. 손님에게 내기 직전 다시 한번 양념을 발라 참숯불에 구워주는데 물기가 많은 전통 불고기와 달리 바삭하고 담백하다.

청계산 입구인데도 평일 점심 때 등산객보다 ‘넥타이 부대’가 많고, 주말에는 가족 손님이 많은 편이다. 식사 때가 되면 20개의 번호표가 모자랄 정도로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주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옆에서 밥을 먹던 단골손님이 “나는 오늘 점심에 왔었는데 친구에게 사주고 싶어서 또 왔다”고 끼어들었다. “이 집은 한번 오면 다음엔 누굴 데려와야지 하고 떠올리게 된다”고.

서울 서초구 신원동. 곤드레나물밥 7000원, 석쇠불고기 1인분(180g)에 1만5000원, 우거지국밥 도토리묵 녹두전도 있다. 곤드레나물밥과 강된장 고추장아찌는 포장판매도 한다. 02-574-4542▶dongA.com에 동영상

맛★★★ 분위기★★ 가격★★(★★★좋음 ★★보통 ★안 좋음)

신연수 기자 ysshin@donga.com


촬영 : 박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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