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강태공 아내는 주말 과부? 프로 꾼들은 가족과 떠나요

  • 입력 2007년 10월 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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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족형 낚시터’ 속속 등장… 아빠는 ‘손맛’-엄마와 아이는 놀이시설서 즐겁게

《남편이 ‘강태공’이면 부인은 ‘주말 과부’가 되기 십상이다. ‘손맛’에 빠져든 사람들은 주말이면 가족들을 남겨 둔 채 훌쩍 낚시터로 떠나기 때문이다.

남편과 아빠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면 어쩔 수 없이 가족들까지 데리고 간다. 하지만 동행한 가족들은 두 번 다시 낚시터에 가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꾼들이 진을 치고 앉은 낚시터 주변은 버려진 떡밥과 쓰레기가 뒤엉켜 지저분하다. 남녀 구분이 없는 화장실은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참다 참다 화장실 앞에 아들을 서 있게 한 뒤 들어가면 수세식이 아닌 재래식이다.

가족이 도란도란 이야기라도 하고 싶지만 낚시터의 엄숙한 분위기에 눌려 말 한마디 붙이기도 힘들다.

주말이면 가정과 낚시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가족형 낚시터’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깨끗하고 아늑한 잠자리에 가족들을 위한 놀이 시설도 갖추고 있다. 가족이 함께 즐기기 좋은 낚시터를 소개한다. 》

○ 포천 트라우트밸리

수면 위로 피어오르는 물안개, 물 위로 솟구쳐 오르는 송어, 지붕이 높은 목조 건물, 하늘을 찌를 듯 쭉쭉 뻗어 있는 해송….

경기 포천시에 있는 낚시터 ‘트라우트밸리’의 풍경이다. 포천 시내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산중에 자리 잡은 트라우트밸리는 오감을 자극한다.

물과 숲, 하늘이 조화를 이룬 풍경은 절로 감탄을 자아내고,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물소리는 귀를 간질인다. 숲이 내뿜는 향기는 가벼운 감기기운으로 막혔던 코마저 뚫어 놓는다.

낚싯대를 드리우면 짜릿한 ‘손맛’을 느낄 수 있다. 바비큐 그릴에 구워 먹는 등심은 도심의 고깃집에서 느끼기 힘든 맛이다.

지난달 말 트라우트밸리를 찾았을 때 다섯 가족이 있었다. 모두 토요일 오후에 와서 야외 숙박시설인 트레일러에서 하룻밤을 묵었다고 했다. 낚시터지만 한 가족만 낚시를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거나 낚시터 한쪽에 있는 미끄럼틀을 타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숲이 터널을 이룬 산책로에서는 젊은 부부가 호젓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윤광원(37) 씨는 세 번째 이곳을 찾았다. 그는 “고기는 좀 덜 잡히지만 깨끗하고 조용해서 아내가 좋아한다”고 말했다.

친구 부부와 함께 왔다는 권오석(30) 씨는 “오전 4시까지 친구 부부와 이야기를 하면서 놀았는데 밤 풍경이 정말 좋았다”며 “좌대가 숙소에서 가까워 낚시하기에도 편하다”고 말했다. 권 씨의 그물을 들여다봤더니 손바닥만 한 물고기 4마리가 들어 있었다.

트라우트밸리 이준영 사장은 “살얼음이 어는 11월 초부터가 본격적인 송어 낚시철”이라며 “주변 경치가 좋고, 낚시를 안 하더라도 놀거리가 많아서 가족 단위로 찾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주변 산세가 수려해 SBS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한기주(박신양)와 강태영(김정은)이 약혼 여행을 가는 곳으로 나오면서 유명해졌다.

낮에는 30명 정도가 낚시할 수 있지만 밤이 되면 트레일러 이용객만 남는다. 트레일러는 모두 5대로, 각각 10m 이상 떨어져 있다. 어른 2명이 자기에는 약간 좁은 듯하지만 소주 한잔 들이켜고 누우면 불편한 줄 모른다는게 이용객들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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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트밸리는 흐르는 계곡물을 둑으로 막은 저수지로 만수면적은 12만 ha에 이른다. 1급수여서 산천어, 메기, 장어, 베스 등이 서식한다.

입어료는 12시간에 4만 원이고, 야외 숙박 시설인 트레일러 사용료는 주말(금, 토요일) 8만 원, 주중은 5만 원이다. 2만 원이면 낚시 장비도 빌릴 수 있다.

트라우트밸리 031-533-0373. 인터넷(www.troutvalley.com)으로도 예약할 수 있다.

○ 안면도

충남 태안군 안면도는 가족들과 함께 낚시터에 가려는 사람들에게 좋은 곳이다.

안면도의 대표적 낚시터인 미포지와 승언1, 2호지 연안에는 낚시 포인트에 바짝 붙어 선 민박집이 많아 ‘손맛’과 가족사랑이라는 두 마리 고기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

승언1호지에 있는 ‘하늘호수 펜션’(041-673-4688)은 부들과 수련이 가득한 대물 포인트 근처에 있다. 저수지와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풍경을 바라보면서 바비큐 파티를 즐길 수 있는 야외식당도 갖추고 있다. 주말 10만 원, 평일 7만 원.

영목항에 위치한 펜션형 민박집 ‘정다워네 콘도’(041-673-6514)는 만조 때 베란다에서 바로 낚시를 할 수 있다. 콘도 이용객은 낮에는 주변 갯벌에서 조개잡이를 하고, 밤이 되면 배를 타고 2, 3분 거리에 있는 무인도로 가서 게와 소라 잡이를 할 수 있다.

콘도는 20평형이 주말 16만 원, 주중 14만 원이고, 10평형은 주말 10만 원, 주중 7만 원. 무인도로 가는 배 이용료는 1인당 5000원이다.

○ 청평댐

부부가 단 둘이 떠나는 낚시 여행이라면 청평댐 인근에서 즐기는 배 견지낚시가 좋다.

견지낚시는 길이 70cm 정도 되는 견지대에 낚싯줄을 묶어서 한다. 찌를 사용하지 않고 오직 줄을 타고 오는 느낌만으로 고기가 미끼를 물었는지 알아내기 때문에 짜릿한 손맛을 느낄 수 있다.

별다른 기술이 필요 없고 집중력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초보자도 쉽게 할 수 있다.

배 견지낚시는 9월과 10월이 제철이다. 가을에는 물이 그다지 차지 않고, 피서객도 없어서 한가로이 낚시를 즐길 수 있다. 누치가 많이 잡힌다. 누치는 매운탕으로 끓여 먹을 수 있고, 약으로도 쓴다.

현대낚시(011-745-9498)를 운영하는 송승호 씨는 “바람이 시원해지는 10월에는 누치가 먹이 사냥을 위해 움직이기 때문에 씨알이 굵은 것도 잘 잡힌다”고 말했다.

배 견지낚시의 장점 중 하나는 비교적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배 이용료가 하루 3만 원에, 미끼 값이 1만5000원이다. 낚싯대는 배를 이용하면 무료로 빌려 준다.

모터보트가 배를 낚시하기 좋은 곳에 끌어주고, 화장실 갈 때나 식사시간 등에는 다시 밖으로 끌어내 준다.

배가 2인용이어서 자녀들과 함께 타기에는 좁다. 초등학생 1명 정도는 구명복을 입혀서 태우기도 하지만, 배 위의 아이는 아무래도 불안하다.

포천=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여기가 낚시터야 별장이야▼

청평 상천낚시터 파로호 등 주변 경관 빼어나

고기를 한 마리도 못 잡고 오더라도 후회 없는 낚시터가 있다.

낚시터 주변 경치가 수려하거나 가는 길이 드라이브 코스로 손색없는 낚시터가 그런 곳이다.

경기 가평 청평면 호명산 중턱에 자리 잡은 상천낚시터(031-585-8088)는 바닥까지 훤히 내려다보이는 맑은 물과 수려한 경치가 자랑이다. 가을에는 단풍 구경과 밤을 줍는 재미도 더해진다. 주종은 향어와 붕어. 입어료는 하루에 2만5000원. 낚시터 주변에 예쁜 펜션도 있다.

상천낚시터 주변 도로는 수도권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곳이다. 경춘가도(국도 46호선)를 타고 서울에서 춘천으로 가다가 낚시터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하면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가 시작된다. 이 길 이름은 가평 주민들이 붙였지만 직접 가 보면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기자기한 2차로 숲길이 나무 그늘 아래로 20km 정도 이어진다.

강원 양구군 파로호는 물 양쪽으로 펼쳐진 산들이 아름다운 곳이다. 이승만 대통령이 1955년 파로호 주변에 별장을 짓고 종종 찾아왔을 정도로 경관이 빼어나다.

파로호 주변은 대부분 민간인 출입이 제한되는 지역이어서 때 묻지 않은 자연미를 간직하고 있다. 붕어, 잉어 등 담수어가 풍부하다.

충남 아산시 음봉면 일대 예당저수지는 국내에서 가장 큰 저수지다. 면적이 9.9km²로 여의도의 3.7배나 된다. 바다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끝없이 펼쳐진 저수지는 산과 하늘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무한천과 신양천 등이 흘러들어 먹이가 풍부하므로 전국 최고의 붕어 낚시터로 소문나 있다.

저수지 주변에 조성된 산책로에서는 맑은 물과 시원한 바람을 만끽할 수 있다. 예당저수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팔각정과 조각공원, 야영장, 야외공연장 등을 갖추고 있다.

붕어 낚시의 요람인 경기 안성시 고삼지는 주변 경관도 일품이다. 이른 아침 피어나는 물안개와 물 위에 떠 있는 좌대가 어우러져 동양화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을 그려 낸다. 영화 ‘섬’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청평=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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