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일본 대표 지성들의 공생의 아시아 찾기…‘아시아 신세기’

  • 입력 2007년 9월 29일 03시 03분


◇ 아시아 신세기(전 8권)/아오키 다모쓰 외 엮음·황영식 외 옮김/316∼436쪽·20만 원(각 권 2만2000∼3만 원)·한울

우리는 아시아인인가. 엉뚱하게 들린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우리가 아시아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는지, 또는 아시아의 정체성이란 게 있는지 의심스러워진다.

오히려 한국 문화는 미국적 가치관, 세계관, 생활양식에 가깝지 않은가. 오히려 중동, 동남아시아와 더 멀다. 애초 아시아 공동체란 상상의 정체성이자 허구일 가능성이 크다. 그처럼 다양한 문화 종교 민족집단 정치·경제체제를 하나의 공동체로 묶을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분명 지리적으로 한국은 아시아의 일부다.

‘아시아 신세기’는 21세기를 패권적 아시아주의가 아니라 공생적 아시아로 만들고자 하는 일본 학자들의 노력을 모은 대형 기획이다. 일본의 대표적 지성으로 여겨지는 학자 8명이 쓴 아시아 관련 논고 121편을 모았다. 이를 ‘공간’ ‘역사’ ‘정체성’ ‘행복’ ‘시장’ ‘미디어’ ‘파워’ ‘구상’이라는 8가지 주제로 나눴다.

121편의 논고를 퍼즐처럼 맞춰 가면 아시아라는 큰 그림이 그려진다. 읽어갈수록 알지 못했던 아시아의 모습, 우리 안의 아시아를 새로 발견하게 된다.

‘공간’은 인도-파키스탄 분쟁이나 아프가니스탄전쟁 등 화염에 휩싸인 지역과 하이테크와 금융의 중심지로 떠오르는 싱가포르, 중국 베이징 등 이질적인 지역들이 하나의 아시아로 묶일 수 있는지를 연구했다.

근현대사가 얽힌 아시아는 갈등과 반목 그 자체다. ‘역사’는 이에 대한 이야기다. 전후 책임과 역사인식을 둘러싼 아시아 국가들의 갈등이 해소될 수 있을지, ‘역사’는 되묻는다.

‘행복’은 아시아인에게 아이돌 스타는 어떤 의미인지, 레스토랑에서 외식하는 즐거움을 어떻게 형성돼 왔는지를 비롯해 스포츠에 대한 열광이나 포르노에 대한 수요 등도 다룬다.

우리에게 아시아는 경제 진출 대상, 한류의 대상, 농촌 총각과 결혼하는 신부의 배출국, 외국인 근로자의 고향 정도로만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패권적인 의식에서 벗어나 아시아의 공존자가 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고민해야 할지를 이 책은 묻는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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