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실버산업, 황금알이 무럭무럭 자란다

  • 입력 2007년 9월 22일 02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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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마켓을 선점하라/메리 S 펄롱 지음·정지혜 이연수 옮김/256쪽·1만2000원·미래의 창

이 책의 원제는 ‘Turning Silver into Gold’다. 고령 인구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가 금맥을 찾아가는 블루 오션이라는 의미다.

‘장수 혁명’ 덕분에 선진국에선 인구의 20%가 60세 이상이다. 고령화 추세가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에서는 2050년경 65세 이상 인구가 37.3%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에서는 2025년까지 50세 이상 인구가 5억2580만 달러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 실버 세대는 인류가 전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대’다. 과거 어떤 중장년보다 건강하며 여유와 돈도 가지고 있다. 교육 수준도 높아 세련된 취향을 즐기며, 자유로운 생활이나 지적 능력을 존중해 주는 브랜드에 대한 요구가 높다.

저자는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가 실버 세대로 전환함에 따라 본격 등장한 실버산업의 사례를 그 세대의 철학과 사회적 정신적 욕구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실버산업의 전략 수립을 위한 키워드로 5가지를 제시한다. 글로벌 시장, 장수, 기술, 인생의 전환, 영적인 것과 사회 환원 등이다. 실버 세대의 글로벌 활동과 그들에게 다가온 가족 관계나 생활의 변화, 그들의 영적 욕구 등을 이해해야 사업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5개 키워드를 토대로 건강, 여행, 열정과 놀이, 성과 로맨스, 패션과 아름다움, 주거, 가족, 노인 의료 계획 등 8가지 분야의 사례를 소개한다.

먼저 헬스 케어 부문. 미국의 인터넷 매체인 서드에이지 미디어가 회원들에게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방법으로 퀘이커 오츠(시리얼 브랜드)를 먹으라고 장려하자, 24시간 만에 수많은 회원이 이에 동참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컴퓨터 칩 제조사인 인텔은 창립자 앤디 그로브가 전립샘암 진단을 받은 이후 헬스 케어에 10억 달러 투자 계획을 세웠다. 인텔의 디지털 헬스 그룹은 이제 핵심 사업이 됐다.

제트블루 항공은 고령 인구를 위한 특별한 서비스 등 인간미를 더하면서 급성장했다. 이 항공사의 안락한 공간 덕분에 한 노인은 6명의 손자를 한꺼번에 데리고 여행을 했다. 여행을 통해 가족과 연결되고 싶은 노인의 바람을 충족시킨 전략이었다.

엘더호스텔은 55세 이상 장년층을 위한 세계 최대의 교육여행기구다. 이곳은 “손자들과 열기구를 타보라” “학생 오케스트라단에 참여하라”고 권한다. 삶의 경험을 공유하고 대화에 참여하고 싶다는 장년들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이 밖에 실버 세대에게도 패션을 하나의 자기 체험 과정으로 여기게 해서 성공한 토미 바하마, “스스로에게 보상하라”며 자기 스타일을 위해 보석을 구입하려는 욕구를 만족시킨 신시티 디자인스 등 여러 사례들이 등장한다.

이 책의 미덕은 실버 세대의 취향과 요구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데 있다. 그 분석은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에 맞춰져 있으나,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한국에서도 노인 문제와 비즈니스 모델의 접점을 찾는 데 활용할 만하다.

허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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