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주영의 그림읽기]개구쟁이 철부지들 어디로 갔을까요?

입력 2007-09-22 02:41수정 2009-09-26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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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서 비린내가 훅훅 풍기는 아이들 대여섯, 골목 밖으로 뛰어나오며 소리를 지릅니다. 소리 지르는 까닭은 없습니다. 마냥 소리를 지르고 다녀야 직성이 풀리는 나이들이니까요.

바람개비를 입에 물고 달려가고, 하늘 끝에 닿을까 싶도록 아스라하게 연을 날리고, 굴렁쇠를 굴리며 마을의 골목길 어디 안 가는 데가 없고, 봇도랑의 송사리 떼를 두 손 안에 담아내려 온종일 씨름하고, 나락 논으로 날아드는 새 떼를 쫓는다는 핑계로 가을소풍 때마다 결석하던 그 아이.

무지개를 잡으러 떠났다가 몇 번인가 길을 잃어 마을 사람들의 속을 썩였던 철부지, 회초리로 종아리를 내려치면서 흘리는 어머니의 눈물을 훔쳐보며 크는 아이, 교실에서 슬쩍한 백묵으로 마을에 있는 구멍가게 문짝에다 ‘이영득 자지 굴따’라고 낙서하는 개구쟁이.

단맛의 유혹을 이겨 낼 수 없었던 그런 아이가 어느 날, 아버지 바지 주머니에서 지폐 한 장을 훔쳐 냅니다. 그러나 지폐가 가진 값어치의 두께를 아이는 알지 못합니다. 마을 들머리에 있는 구멍가게로 달려가서 사탕을 가리키며 지폐를 내밀었습니다. 가게의 아저씨는 커다란 비닐 주머니에 담긴 사탕 한 봉지를 통째로 건네줍니다.

아이는 순간 아찔합니다. 아이가 바랐던 것은 낱개 사탕 대여섯에 불과했으니까요. 자칫 어설프게 굴었다간 눈치 빠른 아저씨로부터 훔친 거짓이 들통 나고 말 것입니다. 아이는 사탕 봉지를 낚아채서 인적이 드문 호젓한 장소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사탕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먹고 또 먹어도 사탕 봉지는 줄어들 기미가 아닙니다. 나중에는 잇몸까지 욱신욱신 아파 옵니다. 너무나 큰일을 저질렀다는 죄책감이 가슴을 옥죄이고 들기 시작합니다. 얼떨결에 저지른 일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말았음을 깨달았습니다.

공포심이 확대되면서 비로소 울음이 터져 나옵니다. 아이는 그날 해질 녘까지 골목 담벼락 아래에 숨어 눈이 붓도록 울면서 사탕을 모두 먹었습니다. 그리고 시치미를 잡아떼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어머니는 아이의 몸에서 단내가 물씬 풍기는 것을 눈치 챘습니다. 몸에서 단내가 난다는 것은 신열이 있다는 증거입니다. 까닭을 모르는 어머니는 아이를 방으로 데려가 눕히고 찬 수건으로 이마를 찜질해 줍니다. 아이가 자라서 나중에 신부님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 아이들이 살고 있는 세상으로 달려가고 싶습니다.

김주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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