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알면 이긴다(3)]병세따라 '3대 치료법'중 선택

  • 입력 2002년 1월 20일 17시 28분


암으로 진단받은 환자의 절반은 암을 극복한다. 그러나 절반은 암에 굴복하고 마침내 세상을 등진다. 적어도 통계로는 그렇다.

암 치료는 이런 현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의사는 ‘암과의 전장(戰場)’에서 조기 발견된 암은 ‘완치’, 재발됐거나 전이된 암은 ‘생명 연장’, 치료제가 듣지 않는 경우 ‘편안한 임종’을 목표로 전략을 짠다. 이 목표에 따라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제 투여 중 어떤 무기를 어떻게 쓸지 결정하는 것이다.

치료법을 결정하는 데에는 득실(得失)을 따져야 한다. 상당수의 환자는 암 제거 수술만 하면 암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하고 수술을 요구하지만 암의 전이 정도, 환자의 체력 등의 이유로 수술 부작용이 큰 경우 의사는 수술을 말리기 마련이다.

현재 암 치료는 ‘표준적 치료 방침’에 따라 이뤄진다. 의학계에서 인정하는 ‘3대 표준적 치료법’ 중 수술은 1950년대, 방사선치료는 60년대, 항암제요법은 70년대에 치료의 틀이 잡혔다. 세 치료법 모두 큰 틀 안에서 발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예전에는 맥없이 숨졌던 수많은 암 환자들이 암을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세 가지 치료법〓암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치료법은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제치료가 있다. 한 환자에게 2가지 이상의 치료를 하는 경우도 많다. 수술은 대부분의 조기 암 환자를 완치하려는 목적으로 쓰인다. 방사선치료는 이전에는 주로 수술을 보완하는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진행된 자궁경부암의 치료 등에서 주치료법으로 쓰이고 있다. 또 항암제를 투여하는 항암화학요법은 말기 암 환자에게 주로 적용되지만 소세포폐암, 악성림프종 등 일부 암에서는 주치료법으로 쓰인다.

▽항암제의 부작용〓현재 대부분의 항암제는 암세포가 정상세포보다 더 빨리 자라 증식한다는 점을 과녁으로 삼아 빨리 자라는 세포를 파괴하는 약이다.

그러나 정상세포 중 다른 세포보다 빨리 자라는 조혈모(造血母)세포, 털뿌리세포, 점막세포도 덩달아 파괴해 고열, 탈모, 속쓰림, 피부궤양 등의 부작용이 생긴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이것을 없애기 위해 항암제가 정확하게 과녁에만 작용하도록 정밀화하는 데 매달리고 있다.

흔히 골수이식이라고 불리는 조혈모세포 이식은 항암화학요법을 보강하는 치료법이다. 즉 항암제를 대량 투여해 조혈모세포가 파괴되더라도 암을 치료한 다음 환자의 몸이 거부하지 않는 특정한 사람이나 미리 뽑아놓은 환자 자신의 골수를 이식하는 것이다. 곧 항암제의 부작용을 극복하는 한 방법이다. 골수이식은 이전에는 백혈병 치료에만 쓰였지만 최근 치료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새로운 치료법〓요즘 환자의 면역력을 높이거나 면역체계를 바꾸는 ‘면역치료법’, 환자에게 결핍된 유전자나 특정한 기능을 발휘하는 유전자를 인체세포에 이식해 병을 고치는 ‘유전자치료법’ 등이 활발히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표준치료법으로 자리잡기에는 요원하다. 최근에는 DNA백신 치료법이 ‘뜨고’ 있다. 이는 전염병의 경우 균을 반쯤 죽이는 등 독성을 최소화한 뒤 인체에 투여해서 면역계가 균을 알아채고 죽이게 하듯, 암세포의 DNA를 투여해서 면역계가 암세포를 알아채고 죽이게 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암을 정복할 날은 10년이 될지, 100년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결핵의 경우 1882년 균의 실체를 밝혀낸 뒤 1944년 첫 치료제 스트렙토마이신이 나왔고 50년대 다른 항생제들이 잇따라 나왔지만 암의 경우 아직 왜 생기는지 정확한 원인도 모르기 때문이다. (도움말〓서울대의대 내과 허대석 교수)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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