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따라잡기]‘부+미용+건강’ 선물세트…‘시크릿’

  • 입력 2007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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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부터 ‘정양환 기자의 베스트셀러 따라잡기’가 신설됩니다. 대중에게 사랑받는 책들과 출판 트렌드를 짚어 보는 칼럼으로 이광표 기자의 ‘책 세상 풍경’과 격주로 연재됩니다.》

일단 고백부터 해야겠다.

‘시크릿’(살림Biz)은 당황스러운 책이다. 출간 당시 그리 관심 끄는 책이 아니었다. 한 달에도 수십 권씩 쏟아지는 자기계발서. 그중에 하나려니. 쉽게 흘려 넘겼다. 사족처럼 변명하자면 다른 언론도 무관심하긴 매한가지였다.

그러나 시크릿은 현재 잘 나간다. 2달여 동안 20만 부가 넘었다. 각종 종합순위에서도 1, 2위를 다툰다. 언론이 외면했으나 대중이 취했다. 이른바 ‘입소문’의 힘이다.

입소문의 진원지는 해외였다.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의 소개가 컸다. 게다가 저자인 론다 번이 타임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며 더욱 관심을 끌었다. 미국에서만 500만 부를 넘긴 파도가 국내까지 밀려왔다.

자기계발서는 입소문의 영향력이 센 분야다. 과거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2003년) ‘마시멜로 이야기’(2005년) ‘배려’(2006년)도 그랬다. 특히 시크릿은 “자기가 읽기에도, 선물용으로도 좋다는 소문이 돌며”(정영미 교보문고 사회과학파트장) 흐름을 탔다.

선물로 맞춤이란 건 ‘외모’가 괜찮다는 소리다. 시크릿은 판형이나 디자인을 거의 원서 그대로 살렸다. “어디서든 읽기 편한 크기에 제목처럼 비밀이 숨겨진 듯한 분위기”(살림Biz 강훈 기획부장)를 냈다. 옛 비서(秘書)의 정취가 대중 취향과 맞아떨어졌다.

해외 반응이나 ‘어여쁜’ 비주얼만으론 대박을 치기 어렵다. 자기계발서가 인기라지만 워낙 종류가 많다. “출간되는 책 중 10% 내외만 성공하는 게 현실”(성의현 ‘미래의 창’ 대표)이다. 자기만의 색깔이 없으면 금방 도태한다. 시크릿의 무기는 ‘정면 돌파’였다.

몇 년간 국내 자기계발서의 트렌드는 ‘우화’였다. 앞서 거론한 책도 모두 짧은 얘기 모음집이었다. 인내 용기 관심 등 다루는 주제도 엇비슷했다. 진수성찬도 하루 이틀인 것을. 연이은 자기계발서의 구태의연함에 대중은 조금씩 식상해졌다.

시크릿은 에둘러 가지 않는다. “돈 벌고 싶은가.” “날씬하길 바라나.” “이성에게 매력적이길 원하나.” “건강이 중요하냐.” 현대인들의 관심사를 건드린다. 마음을 다스리는 자기계발은 그 모든 걸 얻을 수 있다고 설파한다. 경제실용서나 다이어트 책이 왜 인기를 끄는지 간파했다. 자기계발서가 진화한 ‘크로스오버’인 셈이다.

크로스오버 유행은 시크릿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인기몰이 중인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김영사) 역시 자기계발서와 경영서의 혼합종이다. 자아도 일깨우고 부와 건강도 성취하고픈 독자의 심경이 반영되고 있다. 시크릿의 성공비밀은 그걸 한 발 앞서 알아챈 거였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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