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42>秉要執本

  • 입력 2007년 8월 1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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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을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때가 있다. 개인사에서도 그렇고 가정사에서도 그렇다. 조직에도 이런 일이 있고, 나랏일에도 이런 일이 적지 않다. 이런 경우에는 근본에 충실하라고 옛사람은 가르쳤다.

뚜렷하게 할 일이 보이지 않거나 사정이 혼란스러워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경우에는 일단 가장 근본 되는 것이 무엇인가를 살펴서 근본에 충실한 준비와 행동을 하라는 말이다. 근본은 어떻게 찾아가는가? 부질없는 욕망과 허욕을 버리면 근본은 대개 찾아진다.

秉要執本(병요집본)이라는 말이 있다. 秉은 원래 손으로 벼(禾)를 잡고 있는 모양을 나타낸 글자로서 잡다는 뜻을 가진다. 秉燭夜遊(병촉야유)는 촛불을 들고 밤에 놀다라는 말인데, 좋은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안타까워 촛불을 들고 밤에도 즐긴다는 말이다. 燭은 촛불을 뜻하고 遊는 놀다, 즐기다라는 뜻이다.

要는 원래 구하다, 요구하다는 뜻이다. 要望(요망)은 요구하며 바라보다, 즉 바라보며 요구하다는 뜻이다. 사람이 구하거나 요구하는 것은 가장 중요하므로 이로부터 가장 중요한 것, 가장 요긴한 것, 즉 근본이라는 뜻이 생겨났다. 要綱은 근본이 되는 강령이라는 말이다.

執은 잡다는 뜻이다. 執筆(집필)은 붓을 잡다, 즉 책이나 글을 쓰다는 말이고 執刀(집도)는 칼을 잡다, 즉 수술을 하다라는 말이다. 本은 뿌리, 근본이라는 뜻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秉要執本은 가장 중요한 것을 잡고, 또한 근본을 잡는다, 즉 가장 중요한 근본이 되는 것을 처리한다는 말이 된다.

근본이 갖추어지면 나머지 일은 잘 풀린다. 공부에서도 기본 지식이 필요하다는 말을 항상 듣는다. 그러나 근본을 갖추기란 쉽지 않다. 눈앞의 성과에 급급해 멀리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근본을 갖추는 것은 우선은 늦어 보이지만 사실은 빠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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