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은 충남 태안군 대섬 앞바다에서 고려청자를 가득 실은 채 가라앉은 12세기 고려 선박을 발견했다고 24일 밝혔다. 선박과 청자가 함께 발견된 것은 전남 완도선(1984년)과 전북 군산 십이동파도선(2004년)에 이어 세 번째다.
대섬 앞바다에선 어민 김용철(58) 씨가 5월 잡은 주꾸미의 다리 빨판에 청자 대접이 딸려 온 것이 계기가 돼 수중 발굴이 시작됐다.
청자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참외형주자다. 전문가들은 “이 참외형주자는 손잡이가 깨져 있지만, 형태가 완전한 최상급 참외형주자는 10억 원을 호가할 정도로 귀중한 유물”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단지 대접 완(고려시대 차를 마셨던 자기) 등 12세기 중반을 대표하는 다양한 고급 청자도 쏟아져 나왔다. 뚜껑과 함께 발견된 통 모양의 잔은 고려 인종(1109∼1146)의 장릉에서 출토된 잔과 양식이 같을 정도로 상급 청자다.
문화재위원 윤용이 명지대 교수는 “전남 강진에서 만든 공납용 청자를 개경으로 운반하려 했을 것”이라며 “1976년 전남 신안 수중 발굴 이후 14차례의 수중 발굴 사상 가장 양질의 청자가 나온 것으로, 왕족 부장품인 최고급 청자는 아니지만 귀족이나 관청이 썼던 고급 생활용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태안=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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