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몸매 살린 한복 씩씩해진 심청…UBC발레뮤지컬‘심청

  • 입력 2007년 7월 25일 02시 44분


코멘트
“한복은 최대한 몸매를 가리는 게 미덕인데 발레에선 다리 선이 안 보이면 볼 게 없잖아요. 창작발레의 고민은 바로 그것이었어요.”(의상 디자이너 김영지 씨)

유니버설발레단(UBC)의 발레 뮤지컬 ‘심청’이 독특한 역발상의 ‘튀튀’(발레 의상)를 선보여 화제다. 기본은 서양의 발레의상과 똑같은 데 색동 천 등 조그만 포인트 이미지만으로 심청, 심봉사, 뱃사공의 한국적 캐릭터를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춘향’ ‘바리’ ‘배비장전’ 등 한국적 소재에서 따 온 창작 발레의 경우 한복을 개량해 입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러나 개량한복 의상은 발레리나의 몸 선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 큰 약점이었다. 이번 ‘심청’은 발레리나의 몸매를 살리고 편하게 춤을 출 수 있도록 서양 발레 튀튀를 기본으로 하고 조그만 포인트로도 한국적 이미지를 충분히 표현한다. 색동조각으로 마무리한 튀튀(심청), 올리브색 양복에 살짝 수놓은 누더기(심봉사), 황진이의 옷을 패러디한 의상(뺑덕어멈)….

발레뮤지컬 ‘심청’은 원로 평론가 박용구의 대본, 에이드리엔 델러스의 안무로 1986년 초연됐다. 그러나 연극 ‘한여름 밤의 꿈’, 오페라 ‘천생연분’ ‘보체크’ 등 장르를 넘나들며 기세를 올리고 있는 젊은 연출가 양정웅의 발레뮤지컬 ‘심청’은 인물의 성격부터 안무, 음악까지 전부 새롭게 변신한다. 댄스뮤지컬은 2003년 국내 초연된 매슈 본의 ‘백조의 호수’로 붐이 일어난 새로운 장르다.

발레뮤지컬 ‘심청’에서 자신을 희생한 가련한 소녀로 기억되는 심청은 강단 있는 자기 운명의 개척자로 새롭게 그려지고, 86년 초연된 ‘심청’에서는 빠졌던 뺑덕어멈 캐릭터도 젊고 예쁜 여자로 부활한다. 자신의 무병장수를 위해 토끼를 사육하는 용왕, 왕자병에 걸린 용왕자 등 새롭게 해석되는 고전 캐릭터를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판소리와 뮤지컬, 오페라가 혼합된 음악도 주목을 끈다. 녹음엔 재즈 보컬 정말로, 뮤지컬 배우 김소현, 국립오페라단 주역가수 오승용, 국립창극단 남상일이 참여했다. 연출가 양정웅과 함께 오페라 ‘천생연분’과 ‘보체크’에서 미니멀한 무대미술로 호평 받은 임일진의 동화적 상상력이 가득한 무대도 기대된다. 3만∼7만 원. 02-2204-1041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