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감]주먹 날리는 ‘청순가련’… 여배우 수애의 변신

  • 입력 2007년 7월 13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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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무슨 햄스터냐. 아주 이것들이 뭉치기만 하면 못 볼 꼴이야. 에휴, 할 수 없다. 같이 살자.”(형태)

“(주먹으로 퍽!) 야, 그게 말이 돼? 맞을 소리를 왜 해?”(난희)

“네가 언제 여자였어? 남자 아니고?”(형태)

“컷∼ 오케이!”(감독)

경기 양주시 MBC 문화동산 제3스튜디오. 잘 차려진 실내 세트장에 남녀 배우 셋이 얽히고설켜 있다.

상황인즉 남자 주인공인 변형태(이정진)가 배낭여행을 떠나면서 돈이 없는 30년 지기의 여주인공 홍난희(수애)가 형태 집에 들어가 살게 된다. 난희는 여덟 살 연하남 정주(이태성)와 집에서 애정행각을 벌이고, 여행에서 돌아온 형태가 들이닥쳐 ‘삼자대면’을 하게 되는 민망한 상황. 형태가 아예 동거를 제안하자 난희의 주먹이 거침없이 날아 간다.

‘에어시티’에 이어 14일 오후 9시 40분 처음 방영되는 MBC 주말드라마 ‘9회말 투아웃’(한철수 연출·여지나 극본)의 촬영현장이다. ‘9회말 투아웃’은 그럴듯한 안타도 치지 못하고, 그렇다고 아웃도 당하지 않은, 서른 살의 청춘남녀 이야기. 인생을 야구에 빗댄 특이한 로맨스 드라마다.

이날 처음 언론에 공개된 리허설 현장에서 단연 눈길을 끈 배우는 수애였다. 2년간의 군 생활 끝에 복귀한 이정진도 주목받았지만, 청순가련형의 마지막 계보를 잇는 그녀였기에 더욱 그랬다. 게걸스럽게 토스트를 우물거리고 “뭐 이딴 새끼가 다 있어. 좀팽이 같은 자식” 등 거침없이 욕설을 늘어놓는 모습까지….

그녀도 “밝은 역할은 처음”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렇게 재미있게 촬영해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어설프게 욕하면 재미없잖아요. 그래서 더 리얼하게 하려 했죠”라고 너스레를 떤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고 여배우의 변신은 능력이라지만, 요즘 여배우들, 브라운관에만 나오면 망가진다. 파격 변신의 고전이 된 ‘삼순이’의 김선아와 ‘고병희’의 고현정에서부터 그리고 최근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남장여자로 나오는 윤은혜, ‘황금신부’에서 진짜 같은 라이따이한이 된 이영아까지….

이제 여배우의 변신은 성별도 국적도 넘나든다. 이쯤 되면 그네들을 지켜보는 여성 시청자들은 가슴 한편이 흐뭇해질 것이다. “그래, 바로 저게 우리의 진짜 일상 아니겠어. 청순가련형 비련의 주인공이 세상에 어딨어.”

하지만 변신의 수위와 난도도 높아지며 일종의 강박이 된 여배우의 변신이 피로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저렇게 망가지면서도 여전히 예쁜, 비현실적인 현실에 대한 분개일 수도. 아니면 남성들이 여성에게 가지고 있던 환상도 여지없이 깨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인가. 이래저래 젊은 여성들 TV 보기 힘들어졌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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