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24시간 난 멈출수 없다…‘연속드라마 타임’

  • 입력 2007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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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빠져들기 시작했어요. 결국 아침부터 저녁까지 24시간 연속 방영되는 드라마를 쭉 봤어요.”

대학생 송정현(24·여) 씨와 같은 경험을 가진 시청자가 많다. 송 씨는 “프리즌 브레이크’, ‘크리미널 마인드’ 등이 24시간 연속 방영되는 날에는 중간에 TV 시청을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케이블방송들이 앞 다퉈 특정 드라마를 연속 편성하면서 시청자들 사이에서 ‘연타(連打) 시청’이 유행하고 있다.

○ 파스 붙이고,안약 넣어 가며 본다?

케이블 방송사 수퍼액션은 16일 테러를 다룬 미국 드라마 ‘24’ 시즌6를 24시간 연속 방영한다. OCN도 28일 과학수사물 ‘CSI 뉴욕’을 ‘CSI 데이’란 명칭으로 하루 종일 방영한다. 채널CGV는 헨리 8세를 다룬 드라마 ‘튜더스-천년의 스캔들’, 미스터리물 ‘로스트’를 2편씩 묶어서 방영 중이며, XTM도 12일 일본 최고 스타 기무라 다쿠야의 ‘화려한 일족’을 연속 방영한다.

이들 드라마 인터넷 게시판에는 하루 종일 드라마를 봤다는 사람들, 소위 ‘TV-24족’의 시청 노하우가 넘쳐 난다. 자신만의 법칙도 있다(표 1 참조). 주부 진예림 씨는 “남편과 아이들의 입이 쭉 나왔지만 이날은 TV 시청을 위해 하루 종일 파업했다”고 말했다.

한 시청자(ID SNOW)는 “마른 오징어 3마리, 팝콘 5봉지, 콜라 사이다 등을 먹으며 봤더니 배가 아팠다”고 밝혔다. 연속 방송 중에는 약국(안약, 파스), 쿠션 가게, 통닭집, 피자집 매상이 늘어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 TV-24족? 시청자들의 변화

연속 방송의 유행은 인터넷 ‘다운로드’족의 드라마 시청 행태에서 나왔다. 누리꾼들이 드라마를 한 번에 다운로드해 몰아 보는 습성이 있다는 것을 케이블TV 업계가 주목한 것. 24시간 편성해도 일반 시청자들은 평균적으로 영화 2편 분량에 해당하는 5, 6편을 잇달아 보기 때문에 특별히 시청률이 높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전체 시청자의 약 10%는 끝까지 본다.

온미디어, CJ미디어 등 케이블방송사들의 목적은 ‘홍보의 극대화’. 채널CGV 편성담당자 이동혁 씨는 “지상파에 비해 고정 시청자가 적은 케이블방송의 프로그램, 채널 이미지를 홍보하는 데 효과적인 일종의 이벤트”라고 말했다.

연속 방송은 이미 방영된 프로그램을 다시 보는 효과가 있어 비교적 규모가 작은 PP(프로그램 공급자)들도 애용하기 시작했다. ‘풀하우스’, ‘구미호외전’을 연속 방영하는 드라맥스 측은 “공중파, 대형 PP에 밀리는데 연속 방송을 하게 되면 고정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운로드족’과의 차별화를 위한 아이디어도 만발하고 있다. 드라마 속 캐릭터, 주제별로 에피소드를 모아 연속 방송을 하기도 하고 제작 뒷이야기, 의문점 등을 다룬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드라마 사이사이에 넣기도 한다. OCN 우종상 PD는 “연속 편성을 만드는 데 두 달이 걸리는데 이를 위해 CSI를 200편 이상 본다”며 “나열이 아닌 하나의 프로그램처럼 보이게 하는 다양한 연속 방송 편성기법이 개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TV-24족의 법칙▼

1. 최소 15시간 이상 미리 자 둔다.

2. TV를 조용한 곳으로 옮긴다.

3. 마른 오징어, 팝콘, 콜라 등 충분한 식량을 비치한다. 중국집, 피자집 전화번호를 확보해 둔다. 4. 5편당 한 번꼴로 스트레칭을 한다.

5. 중간 광고시간에 잠깐 잠을 잔다. 단, 알람시계는 꼭 준비한다.

6. 시청이 끝나면 졸립더라도 인터넷 게시판 등에 드라마 관련 소감 등을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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