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 日流… 여름밤이 춥다

  • 입력 2007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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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추리소설에는 특별한 무엇이 있는 것일까? 여름을 맞아 국내에서 일본 추리소설 열풍이 거세다. 미야베 미유키, 히가시노 게이고, 기시 유스케 등 인기 작가들의 작품은 권당 2만∼3만 부씩 팔려 나가고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 온라인 팬클럽이 결성되면서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교보문고의 올해 상반기 추리·공포소설 판매순위 톱 5에는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용의자 X의 헌신’ ‘검은 집’ 등 일본 작품이 3개나 올라 있다. 추리소설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높은 일본 추리소설은 ‘사회파’와 ‘신본격파’로 나뉜다.》

○ 카드빚-핵가족 등 문제의식 닮아 호소력


사회파 추리소설은 팽팽한 플롯이나 허를 찌르는 반전은 없으나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을 내포하고 있어 주제 의식이 결여됐다는 추리소설에 대한 지적을 보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회파는 범죄 자체의 치밀함이나 잔인함으로 인기를 얻는 추리·공포물에 대한 반발로 나타난 것이다. 대표적인 작가가 미야베 미유키. 최근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얻은 그의 소설에는 일본의 버블경제, 이지메, 핵가족 시대 등 현대 자본주의와 인간소외의 문제가 범죄의 동기로 등장한다.

기시 유스케의 ‘화차’도 무책임한 카드 발급과 대출로 인한 경제파탄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우리나라 현실과 비슷하다. 김수진 ‘손안의책’ 편집장은 “노인문제, 사형문제, 핵가족 문제 등 작품 배경이나 사건의 모티브가 우리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여서 영미권 추리소설을 읽을 때보다 더욱 실감 난다”고 말했다.

○ 충격적 반전-치밀한 트릭에 젊은층 열광

신본격파 소설은 사회 비판적 메시지보다 충격적인 반전과 독특한 설정, 절묘한 트릭을 앞세워 마니아층의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 인기를 얻었던 영화 ‘데스노트’의 소설도 이 장르로 분류된다.

‘시계관의 살인’ ‘월관의 살인’ 등 이른바 ‘관시리즈’로 유명한 아야쓰지 유키토와 ‘살육에 이르는 병’의 아비코 다케마루가 대표 작가다. 뒤에 자살하는 천재 건축가가 지은 시계관에 사흘 동안 갇힌 9명의 사람을 둘러싸고 연쇄살인사건이 빚어지거나, 사람을 마구 죽이는 ‘살육병’에 걸린 남자를 추적하는 플롯 등 대부분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설정돼 있다. 비정상적인 천재, 독심술이나 예지술, 요괴 등 영미권 소설에서는 볼 수 없는 소재들이 등장한다. 마니아 사이에서는 ‘트릭과 반전을 전혀 눈치 챌 수 없다’는 호평과 함께 1990년대 후반에 절판됐던 아야쓰지 유키토의 ‘관시리즈’ 구하기 열풍이 일기도 했다.

○ 열풍은 언제까지

국내 출판가에서는 일본 추리소설 열풍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 ‘아웃’을 낸 ‘황금가지’의 김준혁 차장은 “일본 추리소설은 안정세를 탔다. 총판매부수가 2000∼3000부가 되면 출판할 수 있는데, 일본 인기 작가군은 보통 첫 달에 1만 부를 넘긴다”고 말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을 낸 ‘현대문학’도 조만간 그의 신작을 발간할 예정이다.

마니아 추천 일본 추리소설 BEST 5
작품작가출판사
용의자 X의 헌신히가시노 게이고현대문학
시계관 살인사건아야쓰지 유키토한스미디어
모방범기시 유스케문학동네
유무베의 여름교고쿠 나쓰히코손안의책
아웃기리노 나쓰오황금가지
온라인 일본추리소설 동호회 네이버 ‘일본 미스터리 문학 즐기기’ 참고.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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