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헌 프라이팬으로 깜찍한 시계를

  • 입력 2007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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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품을 예술 작품으로 살려내는 ‘마법의 손’

다 쓴 프라이팬을 그냥 버리는 일은 정당한가. 포도주 병을 담았던 나무 상자는 어떤가.

아무런 의심 없이 해 왔던 행동을 돌아보는 데서 재활용은 시작된다. 에너지 소비를 줄여 지구 온난화를 막는다는 거창한 명분도 있을뿐더러 가계에 보탬이 되는 실용성도 있다. 뭔가 새로운 걸 만드는 창조적 흥미는 더 매력적이다.

‘재활용품 디자인’의 매력에 눈뜬 사람이 적지 않다. 집 꾸미기를 주제로 한 인터넷 카페 레몬테라스(cafe.naver.com/remonterrace)의 회원은 3년여 만에 41만 명을 넘어섰고 하루 방문자가 6만 명에 이른다. 카페 주인장 황혜경(34) 씨의 ‘아낌없는 노하우’ 덕택이다. ‘5만 원 인테리어’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재활용품을 새로 디자인하는 ‘리폼’의 즐거움에 푹 빠져 있다.

○ ‘리폼’의 매력

황 씨는 리폼은 마술이라고 생각한다. 리폼의 매력에 이끌려 2005년 직장을 그만뒀다. 고가구나 수입 소품의 화려한 외관에 반했다가 가격표를 슬쩍 보며 절망하기를 수차례. 그는 주변에 활용할 만한 가구들이 그냥 내버려진다는 점에 착안했다.

인테리어 잡지나 해외 인테리어 사이트를 섭렵하면서 안목을 키웠고 소품 가게를 수없이 드나들었다. 드디어 겉으로 보기엔 낡고 유행이 지난 가구라도 리폼만 잘하면 비싼 가구처럼 멋지게 변신시킬 수 있게 됐다.

황 씨는 리폼에 대해 “쓸모없던 제품을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소극적 의미도 있지만 자신의 개성을 담은 작품을 만든다는 적극적인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집안 물건을 필요한 것과 필요 없는 것으로 구분한 뒤 물건을 순환시킨다는 개념을 갖는 것이 재활용품 디자인의 출발이라는 게 황 씨의 지론이다. 리폼을 하기 위해 버려지는 모든 물건을 쌓아 둘 순 없다. 우선 집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리폼’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올바르다. 언젠가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하면 물건을 수납하느라 정신없게 된다. 경험이 쌓일수록 아이디어가 풍부해져 재활용률이 높아진다.

“손재주가 있는 사람만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는 황 씨는 “편리한 재료가 많이 나와 있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쉬운 작품 하나를 만들어 보면 리폼의 재미와 실용성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재활용품 디자인 아이디어

자신의 필요와 재활용 대상에 따라 리폼의 결과는 다양해진다. 초보자들이 리폼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도록 여름철에 어울릴 만한 아이템 몇 가지를 황 씨가 제안했다.

먼저 손님이 왔을 때 다과를 내놓을 수 있는 유리 타일 쟁반 만들기다. 재활용 대상은 포도주 병 보호의 소명을 다한 나무 상자.

우선 그물망에 일정한 간격으로 붙어 있는 유리 타일을 상자 크기에 맞춰 자른다. 타일 본드를 상자 바닥에 바르고 그물망째로 타일을 붙인다. 좁은 여백에는 한 개씩 떼어낸 타일을 붙인다. 상자에는 선택한 타일 색과 어울리는 페인트를 칠한다.

나무 상자가 낡은 듯한 느낌이 나는 점을 주목한 황 씨는 밀크페인트를 사용해 소박한 질감을 살렸다. 사포로 상자 표면을 문질러 주면 빈티지한 질감을 살릴 수 있다. 흰 시멘트로 타일과 타일 사이의 간격을 메워 주는 작업을 하고 걸레로 닦아내면 끝.

프라이팬으로 시계를 만드는 것도 재미있다. 프라이팬이나 냄비 같은 철제용품은 멀쩡한 외관 때문에 버릴 때마다 아까운 생각이 든다. 이런 불편한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 주는 아이디어다.

바닥 코팅이 벗겨진 낡은 프라이팬 가운데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뒷면에는 페인트를 칠한다. 쓰지 않는 시계의 시침과 분침, 초침을 분해해 프라이팬 구멍에 끼워 다시 조립한다. 동글동글한 타일이 숫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프라이팬 뒷면에 붙인다. 15분과 30분, 45분, 60분 자리에만 타일을 붙여도 시간을 가늠하는 데는 불편이 없다. 냄비 뚜껑이나 접시 같은 것을 응용해서도 시계를 만들 수 있다. 접시에 구멍을 낼 때는 먼저 테이프를 붙여 그 위에 드릴을 대고 뚫으면 편리하다.

대로 엮어 만든 바구니가 버려질 운명에 처했다면 거실등이나 식탁등으로 변신시킬 수 있다. 구슬(비즈) 장식을 활용해 샹들리에 분위기가 나는 전등을 만드는 것. 투명한 느낌이 나는 비즈만 있으면 된다. 비즈의 끝을 바구니의 테두리에 연결할 때 투명한 줄을 활용해 묶어도 되고 글루건을 이용해 붙여도 된다. 이어 바구니 바닥의 틈새로 전선을 밀어 넣어 전등과 연결하면 된다. 전구의 소켓이 바구니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해준다. 보조등이나 베란다등을 만들 때도 이런 바구니 갓을 응용할 수 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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