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보수 손잡고 서울대부흥 찬송

  • 입력 2007년 7월 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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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년 삼천리 방방곡곡에 영적각성의 봉화를 올렸던 평양대부흥운동 당시의 주역들. 앞줄 가운데 지팡이를 짚고 있는 이가 길선주 장로이고 왼쪽이 마포삼열(새뮤얼 A 마펫) 선교사, 오른쪽이 이길함(그레이스 리) 담임목사. 동아일보 자료 사진
1907년 삼천리 방방곡곡에 영적각성의 봉화를 올렸던 평양대부흥운동 당시의 주역들. 앞줄 가운데 지팡이를 짚고 있는 이가 길선주 장로이고 왼쪽이 마포삼열(새뮤얼 A 마펫) 선교사, 오른쪽이 이길함(그레이스 리) 담임목사. 동아일보 자료 사진
《목사, 장로 2007명이 가운을 입고 성찬위원으로 나선다. 무려 8만여 명의 개신교 신자가 2007명의 성가대원이 부르는 찬송 속에서 성찬식을 거행한다.

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인 ‘2007 한국 교회 대부흥 100주년 기념대회’의 하이라이트다.

최근 몇 차례 대형 집회에서 인원 동원에 번번이 실패해 온 개신교계는 자존심 회복을 위해 이미 23개 교단장협의회에서 총동원령을 내렸고, 각 교회는 8일 저녁예배를 상암동 대부흥 기념대회로 대체할 예정이다.

한국 개신교의 새로운 역사를 썼던 평양 대부흥운동의 재현을 위한 준비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평양 대부흥운동이란 을사늑약 직후인 1907년 길선주 목사를 중심으로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일어났던 영적 각성 운동을 말한다. 》

개신교계 8일 상암동서 평양대부흥 100주년 기념대회

장대현교회에서 불붙은 부흥의 역사는 전국 방방곡곡으로 퍼져 나가 한국 교회를 질적 양적으로 비약하게 한 계기가 됐다.

이번 100주년 부흥대회를 맞는 개신교계의 각오는 남다르다. 무엇보다도 개신교계는 120여 년의 선교 역사상 처음으로 교세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2005년 인구센서스 결과 ‘사촌’이라 할 수 있는 가톨릭이 지난 10년간 74%의 급성장을 이룩한 데 반해 개신교 인구는 오히려 감소했다.

또 교회 세습과 재산 횡령 등 교계 지도자들의 도덕적 스캔들이 끊임없이 불거져 각 인터넷 사이트 등에는 ‘안티 개신교’를 표방하는 누리꾼들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대형 교회와 중소형 교회 간의 신도들을 둘러싼 갈등, 뿌리 깊은 종단 분열 등으로 신도는 많지만 결집력은 타 종교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이다.

위기의식 속에서 치러지는 100주년 행사인 만큼 교계 지도자들도 한결같은 목소리로 회개와 영적 각성을 외치고 있다. 교계 내 뿌리 깊은 불화의 진원지였던 보수 측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진보를 대변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가 뭉친 것이나, 23개 주요 교단장들이 한목소리로 100주년 기념대회를 준비한 것에도 이 같은 배경이 깔려 있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진보와 보수를 넘어 한국 교회가 우리 사회와 건전하게 호흡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느냐다. ‘2007 한국 교회 대부흥 100주년 기념사업위원회’(상임대회장 신경하 등 7명)가 지난달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교회는 깊은 자성과 사회에 책임을 지는 새로운 결단의 요청 앞에 책임 있게 응답하겠다”고 밝힌 것도 깊은 고민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개신교는 향후 외국인노동자 사업, 도-농 결연운동, 이산화탄소(CO₂) 감축 운동 등 소외된 계층을 향한 손 내밀기와 환경운동 등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기복주의, 개(個) 교회 중심주의로 흐르고 있는 현 상황에서 어떻게 신앙의 근본인 영성을 회복해 그 흘러넘치는 충만함으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KNCC 권오성 총무는 “이번 대회는 진보와 보수 등 전체가 모여 개신교가 어디로 가야 할지의 좌표를 고민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영성의 회복과 회개, 자성을 통해 한국 교회가 어떻게 낮은 자리에 임할 수 있는지 방향성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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