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21>死得其所

  • 입력 2007년 6월 2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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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6·25전쟁 기념일이다. 전쟁은 사람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간다. 가족과 사랑과 꿈과 평화를 빼앗아 가고, 인간성을 빼앗아 가며, 마침내 사람의 모든 가치를 빼앗아 간다. 전쟁이 인류에게 남기는 것은 물질적 폐허와 정신적 허무와 감성적 증오뿐이다. 그러나 더욱 전쟁이 나쁜 이유는, 이러한 모든 과정에 어떠한 합리성이나 객관성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쟁에는 오직 힘만이 기능하기 때문이다. 전쟁이 주는 교훈은 전쟁이 참으로 나쁘다는 것이며, 전쟁에서는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 전쟁이 요구하는 것은 우리의 생명이다. 수많은 우리 민족과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이 전쟁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 사라진 목숨에도 현재의 우리가 가지고 있는, 찬란한 꿈과 아름다운 사랑이 담겨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들의 죽음은 정녕 가치 있는 것이었는가?

‘死得其所(사득기소)’라는 말이 있다. ‘死’는 ‘죽음’이라는 뜻이고, ‘得’은 ‘얻다’는 뜻이며, ‘其’는 ‘그, 저’라는 뜻이다. ‘所’는 ‘…한 바’라는 뜻이지만 여기에서는 ‘옳은 바, 옳은 것’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이러한 의미를 정리하면 ‘死得其所’는 ‘죽어서 옳은 것을 얻다’, 즉 ‘그 죽음은 값진 죽음이다’라는 말이 된다. 6·25전쟁에 바쳐진 그들의 죽음이 값진 것이 되기 위해서는 오늘의 우리가 잘살아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우리 땅에서 죽어간 그 목숨이 길러졌던 나라에, 그리고 세계에 이를 갚아줄 수 있어야 한다. 아프리카에, 서아시아에 이제는 우리가 보답해야할 어려운 나라들이 있다. 6·25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채, 停戰(정전)이라는 이름으로 임진강가에 머물러 있다. 停戰의 그 현장에는 아직도 우리의 젊은이들이 총을 겨누고 있다. 그들은, 가족과 사랑과 열정과 꿈을 아직도 잠시 접어야 하는 것이다. ‘死得其所’, 먼저 간 목숨을 값지게 하기 위하여 우리는 아직도 많은 땀을 흘려야 한다. 이것이 꿈을 빼앗긴 그 목숨에 대한 우리의 보답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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