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7년 6월 23일 03시 01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대통령 선거다. 정치인 A와 B는 유력 대선주자다. 그 당에 소속된 의원들은 누구를 후보로 밀어야 할지 고민한다. 여론조사에서 A가 조금 높게 나오자 눈치만 보던 의원들이 대거 A에게 줄을 섰다. A에게 많은 사람이 몰리자 ‘대세론’이 형성됐고 의원들은 A에게 더 몰렸다.
애덤 스미스식의 정통 경제이론으로만 본다면 의원들은 여론조사 격차와 당선 가능성만큼 A와 B에 줄을 서는 사람이 차이가 나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원조’ ‘진짜 원조’ ‘완전 원조’라는 간판을 경쟁적으로 걸고 있는 냉면집 골목에서도 마찬가지다. 맛과 서비스가 비슷하지만 손님은 돋보기를 들이대며 진짜 원조 가게를 찾는다. ‘오래전부터 고객들이 찾았다는 사실’ 그 자체가 냉면의 맛보다 훨씬 매출에 영향을 미친다.
‘게임이론’은 2001년 영화 ‘뷰티풀 마인드’로 잘 알려진 천재수학자이자 정신분열증 환자였던 존 내시가 고안해낸 이론이다. 정통경제학에서는 경제행위 주체를 신에 버금가는 완벽한 이성과 미래예측 능력을 가진 인물로 설정하지만 실제로는 정보도 불충분하고, 주변환경에 쉽게 영향을 받는 불완전한 인간들이 주체가 된다. 따라서 인간은 쉼 없는 상호작용과 탐색, 정보수집 등을 통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고 게임을 벌인다. 거기서 게임이론은 출발한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인 저자는 난해하기로 유명한 게임이론을 잘 소화해 독자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던져준다. 특히 ‘담배는 왜 TV광고를 하지 않는가’ ‘일본차는 왜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을까’ ‘로마시대로부터 유래한 철도 너비’ ‘정치권 줄 서기와 보스 정치’ 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실, 소설 속 장면 뒤에 숨겨진 ‘게임 논리’를 풀어헤친다.
소설가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의 한 장면. 한겨울에 집 주인이 사글세 사는 선례네, 미선이네, 평양댁 중 한 집을 내보내려고 하자 선례네가 먼저 장작을 한 차 들여 패기 시작한다. 이어 미선이네와 평양댁도 경쟁적으로 장작을 들인다. 그러면 주인이 나가라는 말을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세운 전략. 한 번 장작을 사면 물릴 수 없는 ‘비가역성’을 이용한 전략이다. 이처럼 우리 삶은 게임 그 자체라는 데 저자의 방점이 찍힌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