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절도 변화도 아닌 진화한 본·조·비

  • 입력 2007년 6월 20일 03시 08분


코멘트
컨트리 앨범 ‘로스트 하이웨이’ 발매

‘카우보이모자’를 쓴 ‘본 조비’?

19일 발매된 4인조 록 밴드 ‘본 조비’(사진)의 10집 ‘로스트 하이웨이’는 평론가들이 ‘씹기’에 좋은 조건을 가졌다. 지난주 일본에서 발매돼 오리콘 앨범차트 1위에 올랐지만 그 인기의 실체는 본 조비가 컨트리 음악을 했다는 화제에 힘입은 바 크다. 보컬 존 본 조비는 “컨트리의 본고장인 미국 내슈빌 사운드에 영향을 받았다”고 강조하지만 평론가들은 ‘록 스피릿’ 운운하며 입을 실룩거릴지 모른다.

▽잃은 것, 그리고 변절=‘리빙 온 어 프레이어’나 ‘유 기브 어 배드 네임’ 등 시원스러운 록 넘버는 제쳐두고 ‘올웨이즈’ 같은 록 발라드 하나쯤은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전자기타 대신 이들이 쥔 것은 어쿠스틱 기타요, 샤우트 창법 대신 존 본 조비가 내세운 것은 달콤한 ‘우물거림’이다. 록 차트가 아닌 컨트리 차트에 올라 있으니 노는 물 자체도 달라졌다.

사실 지난해 이들은 ‘후 세즈 유 캔트 고 홈’으로 록 밴드로서는 빌보드 컨트리 차트 1위에 올랐고 그래미 트로피까지 거머쥐었다. 그래도 한때 ‘외도’ 정도로 생각한 팬들에겐 이들의 새 앨범이 야속하기만 하다.

앨범 머리곡 ‘로스트 하이웨이’의 ‘자글자글’한 낯선 기타 소리나 밋밋한 타이틀곡 ‘(유 원트 투) 메이크 어 메모리’ 모두 확 끌어당기는 맛이 떨어졌다. 여기에 1990년대 인기를 얻었던 컨트리 여가수 리앤 라임스가 참여했다니, 팝 메탈 밴드로서 대중과 가장 가까운 곳에 서 있던 ‘본 조비’의 개성은 어디로 갔을까?

▽얻은 것, 그리고 진화=그래도 “우리 안 변했어요”라며 시치미 뗄 수 있는 노래는 심어놓았다. ‘위 갓 잇 고잉 온’에서 들리는 ‘보코더’ 사운드는 2000년 히트곡 ‘이츠 마이 라이프’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또 힘이 빠졌지만 ‘서머타임’ 같은 곡의 구성력은 더 탄탄해졌다. 건드리기만 하면 터질 것 같던 예전 모습도 없다. 이젠 “우리 것이 아냐”라고 인정하는 듯.

‘본 조비’에게 카우보이모자가 어울리든 그렇지 않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애니 아더 데이’가 자꾸 귀에 걸린다. 포크기타의 섬세한 마찰 소리에 역점을 둔, 데뷔 20년 넘은 노장만이 할 수 있는 걸작이다. 들으면 그냥 미소가 지어지는 곡. 이제야 알겠다. 자연스러운 진화인 것을. ‘꽃미남’ 존 본 조비의 얼굴 주름마저 이해할 수 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