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소리는 악마적인 카리스마가 잘 어울립니다. 그러나 이탈리아 벨칸토 오페라의 아름다움도 포기할 수 없지요.”
독일의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헬덴 바리톤’(영웅적인 목소리를 가진 바리톤)으로 활약하고 있는 사무엘 윤(본명 윤태현·36). 덥수룩한 수염에 장난기 넘치는 눈빛이 인상적인 그가 국내에서 첫 독창회를 연다. 16일 오후 5시 경기 성남시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그는 이탈리아에서 유학하던 시절만 해도 ‘사랑의 묘약’ ‘라보엠’ 같은 아기자기한 벨칸토 오페라를 잘 불렀다. 그러나 1999년 독일 쾰른 오페라하우스 전속가수로 옮긴 뒤부터 ‘바그너 전문가수’로 이름을 떨쳤다. 2004년부터 ‘제2의 카라얀’으로 불리는 지휘자 크리스티안 틸레만에게 발탁돼 한국인으로는 네 번째로 독일 바이로이트 축제에 서게 됐다. 올해에도 ‘파르지팔’과 ‘탄호이저’에 출연할 예정이다.
이번 독창회는 그의 악마적인 카리스마와 이탈리아 벨칸토 오페라의 양면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무대다. 1부 ‘악마와의 만남’에서는 구노의 ‘파우스트’, 보이토의 ‘메피스토펠레’, 베버의 ‘마탄의 사수’ 등에 나오는 악마와 관련된 아리아를 부른다. 저음과 고음을 오가며 극도의 감정을 표현해 내는 ‘헬덴 바리톤’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는 무대다.
2부 ‘인간과 유령의 만남’에서는 아름다운 벨칸토 오페라적인 발성을 감상할 수 있다. 그는 “바그너 오페라는 엄청난 오케스트라 음량과 격한 독일어 자음 발음 때문에 준비 안 된 성악가는 성대를 완전히 망쳐 버릴 위험이 있다”며 “모음을 아름답게 발성하는 벨칸토 오페라가 기본이 돼야 독일 오페라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음대를 나온 사무엘 윤은 “학창 시절 발성 연습에만 매몰되지 않고 좋은 성악가들의 음반을 많이 들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남을 감동시키려면 우선 내가 음악을 듣고 감동을 체화하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만∼6만 원. 031-783-8022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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