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가는 책의 향기]결단의 고비마다 내 곁엔 책이 있었단다

  • 입력 2007년 6월 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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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To: 사랑하는 딸 화영, 지연

미국 유학 생활을 마치고 시작한 회사 생활은 고통의 연속이었단다. 하루 종일 이어지는 영양가 없는 회의, 노사분규, 눈치 보느라 퇴근을 제대로 못 하는 문화 등등. 무엇보다 가장 힘든 것은 상사와의 갈등이었지. 내 맘에 전혀 들지 않는 상사를 보필하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그 상사는 동의할 수 없는 목표를 설정했고, 남의 말은 잘 듣지 않고, 자기 얘기만 했단다. 도저히 계속해서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의 7가지 습관’(김영사)이란 책을 읽게 되었고 거기서 ‘주도적’이란 개념을 알게 되었다. 이런 내용이었다. ‘우리에게 벌어지는 사건, 사람에 대해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반응할 것이냐를 결정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선택권은 신도 빼앗지 못한다.’

순간 머리가 맑아졌다.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맞아, 상사는 내 맘대로 어떻게 하진 못한다. 하지만 맘에 들지 않는 상사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이냐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이 구절을 읽고 나는 변하기 시작했다. 쓸데없는 원망과 비난을 멈췄다. 그런 것에 에너지를 쓰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깝고, 아무 소용없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사에게 그 책을 선물했다. 그도 뭔가 느끼면 좋을 것 같아서였다. 또 저런 상사에게 어떻게 반응할 것이냐를 생각하기 시작했고 이렇게 결심했다. ‘저 상사도 뭔가 배울 점이 있겠지. 저 사람 밑에서 생존하면 나는 어디에 가서도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을 바꾸자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렸다. 변화는 세상이 바뀌는 것이 아니고, 나 자신이 바뀌는 것이란 깨달음을 얻었다.

그러다 외환위기가 닥치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기존 일과는 전혀 다른 컨설팅 일을 하게 되었단다. 하지만 낯선 곳에서 일을 하려니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보수도 형편없었다. 젊은 사람 밑에서 새로운 일을 배우려니 서럽기도 했다. 그런 갈등을 겪던 차에 구본형 씨의 ‘익숙한 것과의 결별’(생각의 나무)이란 책을 읽게 되었지. 구 씨 자신이 IBM을 나와 새로운 일을 하면서 느낀 점과 결심을 쓴 것이어서 큰 위로가 되었다.

새로운 일에 어느 정도 적응하는 시점에서 만난 것이 피터 드러커의 ‘프로페셔널의 조건’(청림출판)이란 책이다. 이 책은 철저히 개인의 변화와 자기 혁신에 관련된 내용, 자신이 어떻게 초절정 고수가 되었는지를 고백한 내용이었기에 호소력이 있었다. 주기적으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라, 자신의 단점보다는 강점을 살려라, 시간 관리가 중요한데 지식노동자는 뭉텅이 시간을 확보해서 활용하라, 이런 내용이 머리에 남아 있다.

우리 삶은 그 자체가 변화다. 그리고 변화 과정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좋은 책이다. 어려운 순간마다 이 책들은 내게 위로와 힘을 주었다. 그리고 새로운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지혜를 주었다. 사람은 읽는 것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다. 늘 좋은 책을 읽으면서 네 인생을 만들어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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