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쫄깃한 수다]‘아내의 애인을 만나다’

  • 입력 2007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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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도 사랑이라고? 당해 보면 그런 말이 안 나온다. 영화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 사진 제공 필름라인
불륜도 사랑이라고? 당해 보면 그런 말이 안 나온다. 영화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 사진 제공 필름라인
“그 바람이라는 거 말이죠, 이렇게 생각합니다. 평생 한 사람만 바라보며 살아야 한다는 거, 그거 천벌 아닌가요? 세상엔 말입니다, 불륜은 없는 것 같아요. 있다면 사랑이 있을 뿐이지. 사람이 사람 좋아서 만나는데.”

말문이 막힌다. 옳은 말은 아닌데, ‘사람이 사람 좋아서 만난다’니 좋아하면 안 된다고 해야 하나 좋아도 만나지 말라고 해야 하나. 이건 영화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26일 개봉)에서 바람둥이 택시운전사 중식(정보석)의 말이다.

인생이 ‘소심’ 그 자체인 남자 태한(박광정)은 아내의 불륜을 눈치 챈 뒤 그 상대인 중식에게 손님으로 가장해 접근한 후 강원도 낙산까지 장거리 운행을 제안한다. 가는 동안 ‘불륜은 없다’ ‘여자가 뭘 원하는지 아는 데 1분 걸린다’는 중식의 뻔뻔한 말에 기막혀하고, 중식의 몸 때문에 기죽기도 하면서 혼자 괴로워한다.

예전에 영화 ‘데미지’(1992년)를 보고 진짜 충격받았다. 제러미 아이언스가 아들의 여자를 탐해 결국 아들을 죽게 만들고 자신도 파멸하는 그 영화를 보며 ‘인간이 어떻게 저럴 수 있지?’ 하고 분노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인간이니까 그렇지’로. 때론 짐승보다 못한 짓도 천연덕스럽게 하는 게 인간이다.

인기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SBS)에서 화영(김희애)은 친구 남편인 준표(김상중)와 불륜 관계다. 그는 친구 지수(배종옥)에게 “사랑에 불변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지수의 언니 은수(하유미)의 남편은 계속 바람을 피우면서도 걸리면 즉시 가정으로 돌아온다. 영화에서 중식도 매번 여자를 바꿔 가며 그런다. 이건 분명 사랑은 아니다. 이런 사람들은 충격 좀 받으면 될 것 같다. ‘아내…’에서 태한은 나중에 통쾌한 복수로 중식을 길길이 뛰게 만든다.

그런데 바람이 아니고 사랑이면 어쩌나. 불륜은 대부분 호기심 또는 성욕이라고 믿지만 아주 가끔, 사랑이면 어쩌나. ‘본능’의 관점에선 택시운전사 중식의 말이 맞을 수 있다. 드라마에서 준표는 “죽을 죄를 지었다” 하더니 다시 ‘(화영을) 안고 싶어서 돌아버리겠는’ 마음이 된다. 대부분은 주변에서 그 정도 구박을 당하면 정신 차린다.

‘김선희 부부클리닉’ 김선희 원장의 책 ‘결혼하면 행복한가요?’도 사랑이 결혼한 후에 찾아올 수 있음을 인정한다. 사랑의 순간은 그 후의 고통과 맞바꿀 만큼 매력적이다. 그러나 ‘순간의 쾌락’은 결코 ‘일생의 기쁨’을 대신하지 못한단다.

사랑 맞다. 그 둘에게만. 다른 모든 관계자에게는 ‘상처’다. 배우자가 외도한 경우 감정이 안정을 찾는 데 보통 2년이 걸리지만 배우자가 사망한 뒤에도 마음속 분노와 서운함은 남는다고 한다. 김 원장은 ‘욕망의 한계’를 깨달으라고 충고한다. 여태 쌓아 온 모든 것을 포기할 정도로 사랑이 대단한가. ‘불변도 아닌 사랑이 세상의 전부?’

세상엔 사랑보다 중요한 게 너무 많다. 그래도 사랑하고 싶으면 ‘사회적 존재’임을 포기하고 둘이 무인도에 들어가 사셔.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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