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95>揣本齊末

  • 입력 2007년 4월 25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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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곧잘 비교를 하며 살아간다. 나의 지위와 남의 지위를 비교하고, 나의 처지와 남의 처지를 비교한다. 비교는 가끔 나 자신의 분발을 촉구하는 좋은 효과도 나타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나 자신을 불안하게 하거나 심지어는 나의 처지를 불만으로 여기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비교는 항상 정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揣本齊末(췌본제말)이라는 말이 있다. 揣는 헤아리다, 높이를 측량하다라는 뜻이다. 本은 뿌리라는 뜻이다. 揣本은 뿌리를 가지런하게 놓고 높이를 재다라는 말이 된다. 齊는 가지런하다, 가지런하게 놓다는 뜻이다. 가지런하게 놓인 것은 곧 바르게 놓인 것이므로 바르다라는 뜻이 생겨났다. 修身齊家(수신제가)는 몸을 닦고 집안을 바르게 하다는 말이다.

가지런하게 놓인 것은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으므로 똑같다는 뜻도 생겼다. 一齊(일제)는 하나처럼 똑같다는 말이다. 가지런하게 놓으면 서로 비교할 수 있으므로 비교하다라는 뜻이 생겼다. 揣本齊末의 齊는 비교하다라는 뜻이다. 末은 끝, 나무의 끝부분이라는 뜻이다. 末端(말단)은 끝부분이라는 말이다. 端도 끝이라는 뜻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揣本齊末은 뿌리를 가지런하게 놓고 나서 나무의 끝부분을 비교하다라는 말이 된다. 孟子는 작은 나뭇가지도 지붕 위에 올려놓으면 가지가 건물보다 더 높아지는데, 이는 비교하는 방법이 잘못 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비교를 할 때는 항상 비교의 기준을 잘 살펴야 한다. 나와 남의 위치를 비교할 때는 위치만 비교해서는 안 된다. 내가 한 노력의 양과 남이 한 노력의 양을 함께 비교해야 한다. 가장 위험한 비교는 나의 장점과 남의 단점을 비교하는 일이다. 이렇게 되면 나뭇가지를 지붕에 올려놓고, 나뭇가지가 건물보다 높다고 주장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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