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증후군 피아니스트 임유진 씨, 두팔없는 가수 레나 마리아와 한무대에

  • 입력 2007년 4월 24일 03시 04분


코멘트
선천성 다운증후군을 앓는 임유진 씨(19)가 자신에게 피아니스트의 꿈을 갖게 해 준 복음성가 가수 레나 마리아 씨(39·오른쪽)를 22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 명성교회에서 만나 피아노를 연주해 보이고 있다. 홍진환 기자
선천성 다운증후군을 앓는 임유진 씨(19)가 자신에게 피아니스트의 꿈을 갖게 해 준 복음성가 가수 레나 마리아 씨(39·오른쪽)를 22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 명성교회에서 만나 피아노를 연주해 보이고 있다. 홍진환 기자
선천성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임유진(19) 씨는 4년 전 피아니스트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레나 마리아(39·여) 씨의 공연을 본 뒤의 일이다. 스웨덴의 두 팔 없는 복음성가 가수 마리아 씨는 한쪽 다리마저 짧은 장애인으로 태어났지만 장애를 극복하고 세계 유수 언론을 통해 “천상의 목소리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 가수.

임 씨는 ‘마리아 언니는 팔이 없어서 발로 요리와 운전 등을 다 할 텐데 난 열 개의 손가락이 있으니 정말 행복하다’고 느꼈다.

임 씨는 다운증후군뿐 아니라 심장에 구멍이 난 심실중격결손증과 척추측만증을 앓고 있다. 다운증후군은 염색체 이상으로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지체를 동반하는 장애. 하지만 마리아 씨를 보며 4년간 꿈을 키워 온 올해 3월 임 씨는 비장애인 학생들과 당당히 겨뤄 서울 백석예술학교 피아노과에 입학했다.

22일 임 씨는 서울 강동구 명일동 명성교회에서 자신의 꿈, 레나 마리아 씨를 직접 만났다. 한국 공연을 위해 4년 만에 내한한 마리아 씨 인솔팀이 임 씨에 대한 보도(본보 2006년 11월 6일자)를 접하고 만남의 자리를 마련했다.

“엄마, 마리아 언니 줄 CD 갖고 있지?”

공연 준비 중인 마리아 씨를 기다린 임 씨는 자기가 연주한 피아노곡이 담긴 CD를 몇 번이고 챙겼다. 임 씨는 두 손에 연보라색 꽃이 담긴 분홍 바구니를 들었다. 꽃바구니 리본에는 ‘YOU-JIN’이라는 영문이름이 펜글씨로 정성스럽게 적혀 있었다. 꽃 색깔에 맞춰 분홍 재킷에 검정 스커트를 입은 임 씨는 평소 잘 하지 않던 화장도 예쁘장하게 했다.

30여 분 뒤 임 씨는 마리아 씨가 공연 전 연습을 하는 방의 문을 열었다. 상기된 얼굴로 꽃바구니를 든 임 씨는 긴장했는지 어머니 조성금(46) 씨의 팔을 꼭 잡고 마리아 씨에게 다가갔다.

“너무…만나서…오랜만이에요.”

긴장한 탓에 첫 인사를 더듬거린 임 씨는 “보고 싶었다”고 다시 인사하며 수줍게 웃었다. 마리아 씨가 꽃바구니를 팔 대신 턱과 어깨로 지탱해 받으며 미소 짓자 임 씨의 눈의 휘둥그레졌다.

“고마워요. 얘기 많이 들었어요. 피아노를 잘 친다면서요?”

임 씨는 4년 전부터 어머니 조 씨에게 “피아노를 잘 치게 되면 내가 연주를 하고 마리아 언니가 노래를 불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리아 씨를 만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틀 내내 마리아 씨가 부른 ‘축복송’을 연습해 온 임 씨다.

그런데도 연주를 함께 해 보자는 마리아 씨의 제안에 임 씨는 “연습 못했는데”라고 쑥스러워하며 피아노 앞에 앉았다. 드디어 임 씨의 소원이 이뤄졌다. 비록 관객은 없었지만 임 씨가 마리아 씨와 함께 연주를 한 것.

진지한 표정으로 연주를 시작한 임 씨는 잠시 음을 틀리기도 했지만 성공적으로 마리아 씨와의 연주를 마무리했다. 빠듯한 마리아 씨의 일정 탓에 임 씨는 20분도 채 안 되는 짧은 만남을 마무리한 뒤 공연을 지켜봤다.

“(마리아 언니의 공연을 보니) 머릿속이 시원해지는 것 같아요.”

임 씨는 공연 내내 작은 두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마리아 씨의 노래에 빠진 듯 미소를 지으며 후렴구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공연을 마친 마리아 씨는 “유진 씨와 만난 뒤 나도 감동을 느꼈고 행복했다”며 “장애인은 눈에 보이는 장애를 갖고 있을 뿐, 모든 사람은 완벽하지 않으니 서로 동등하게 본보기가 돼 주며 힘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