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발랜드 “비트를 잘게 쪼개듯 음악의 한계 부수고 싶어”

  • 입력 2007년 4월 19일 03시 01분


코멘트

2007년. 미국 출신 흑인 프로듀서 팀발랜드(36)는 어디에 있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빌보드차트에….”

한 번 올라가기도 어렵다는 미국 빌보드차트는 이미 그의 놀이터나 다름없다. 지난해 팝스타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섹시 백’, ‘마이 러브’를 비롯해 캐나다 여가수 넬리 퍼타도의 ‘프로미스큐어스’ 등 자신이 프로듀싱한 곡이 1위를 차지한 기간만 총 16주. 일 년 중 3분의 1은 자신의 곡을 빌보드차트 꼭대기에 올려놓은 셈이다. 여기에 3일 발표한 자신의 솔로 앨범 ‘쇼크 밸류’의 첫 싱글 ‘기브 잇 투미’는 차트 진입 2주 만에 21일자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오른 것. 데뷔 11년 만에 그는 가수로서도 ‘무적’이 됐지만 놀라지 않는 기색이다.

“난 예나 지금이나 1인자예요. 수많은 프로듀서가 이름을 날렸지만 한 번도 내가 그들보다 못하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

인터뷰 시작부터 가볍게 으름장을 놓는 이 남자. 한국과 처음으로 갖는 e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감과 자만심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듯했다. 흑인 여성 가수 알리야를 시작으로 미시 엘리엇, 재닛 잭슨, 에미넴, ‘푸시캣 돌스’ 등과 일본의 우타다 히카루, 엘턴 존, 마돈나 같은 거물까지…. 그는 1990년대 베이비 페이스를 잇는 2000년대 대표 프로듀서로 꼽힌다.

“난 음악과 음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볼트’를 1000개쯤 갖고 있어요. 장르에 매여 있기보단 실험에 중점을 두죠. 내 특기인 ‘비트 쪼개기’부터 귀뚜라미 소리, 아랍 리듬 넣기 등등 음악적 한계를 부숴 버리는 것이 내 목표랍니다.”

직접 지은 앨범 제목 ‘쇼크 밸류’에는 이러한 그의 뜻이 담겼다. 비트 박스, 흑인 토속 리듬, 신시사이저 등이 한데 버무려진 ‘팀발랜드’표 음악도 신기하지만 참여 가수들 명단이 눈을 즐겁게 한다. 팀버레이크와 퍼타도, 닥터 드레나 미시 엘리엇 같은 힙합 뮤지션, ‘폴 아웃 보이’, ‘더 하이브스’ 같은 록 밴드 등 다양하다. 특히 그가 뽑은 베스트 곡은 바로 엘턴 존과 함께 한 ‘투 맨 쇼’. 그는 “그의 피아노 연주가 내 비트와 함께 어우러졌다는 것만으로 엄청난 일”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요즘 음악들을 그리 좋아하진 않아요. 아직도 음악이란 상자 안에는 새로운 것들이 즐비한데 누구도 꺼내려 하지 않고 같은 스타일만 반복하죠. 적어도 난 그 상자의 마지막 존재까지 꺼내 보고 싶어요.”

사실 그가 팝계 인기 프로듀서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팀버레이크의 성공 때문이다. 아이돌 스타를 ‘백인 마이클 잭슨’으로 만든 그는 “우리 관계는 20년 전 마이클 잭슨과 프로듀서 퀸시 존스의 관계 같다”며 “가수가 아프면 곁에서 돌봐 줘야 하는 등 가수와 끝없이 교감하는 것이 프로듀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현재 그는 왕년의 인기 그룹 ‘듀란듀란’부터 영국 록 밴드 ‘콜드 플레이’, 마돈나 등의 새 음반 작업을 맡았다. 일도 좋지만 건강도 중요한 법. 만날 비트만 쪼개면 어쩌나. 이 ‘워커홀릭’에겐 소용없는 충고였다.

“안 그래도 재작년부터 운동을 시작했어요. 사실 비트만 잘게 쪼갤 뿐 평소엔 난 그리 치밀하지도, 트렌디하지도 않아요. 13세 때 어머니에게서 드럼을 선물 받았고 음악을 시작했으니 올해로 23년째인데…. 아,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음악은 늘 새롭고 한계 없는 존재인 것 같아요.”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