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 함께 문화산책]라이벌 팝스타 ‘애증의 하모니’

  • 입력 2007년 4월 6일 03시 31분


《하늘 아래 태양이 두 개일 순 없다. 자존심 하나로 버티는 톱 가수들, 특히 여가수들은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간혹 이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진다. 상업적인 ‘적과의 동침’이든, ‘화해의 몸짓’이든 라이벌 여가수들의 합작 무대는 팝 계의 활력소임에 틀림없다. 이번 주 또 한 팀의 여성 듀엣이 팝계를 뒤흔들었다. 바로 흑인 여가수 비욘세와 콜롬비아 출신 라틴 여가수 샤키라의 합작 싱글 ‘뷰티풀 라이어’가 그것. 발매 2주 만에 7일자 빌보드 싱글 차트 3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키지만 두 섹시스타의 ‘엉덩이춤’만큼 격렬한 라이벌 듀엣은 과거부터 존재했다. 이번 주말, 여성 가수들의 듀엣곡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팝송 여가수들의 ‘듀엣’

# “섹시함은 나의 것” 샤키라 VS 비욘세

2000년대 팝 음악계,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아찔한 섹시함이다. 2000년대를 대표하는 두 섹시 스타의 만남은 필연인지도 모른다.

‘크레이지 인 러브’의 비욘세와 ‘힙스 돈트 라이’로 지난해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차지한 샤키라의 만남은 비욘세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평소 샤키라를 좋아했다는 비욘세는 자신의 앨범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고 샤키라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렇게 탄생한 합작싱글 ‘뷰티풀 라이어’는 소위 비욘세 식 인도 힙합리듬이 노래 앞부분에 배치됐고 후반부에는 샤키라의 라틴 음악이 섞여 있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평화로움과 달리 곳곳에는 이들의 미묘한 신경전도 엿보인다. ‘뷰티풀 라이어’라며 외치는 후렴구나 코러스 부분에서 이들은 “내가 더 섹시해요”라며 목소리를 더 크게 내 화음이 분리돼 있다. 특히 뮤직비디오에서의 모습은 ‘듀엣’이라기보다 ‘섹시스타 선발대회’에 출전한 최종 후보들을 보는 듯 골반을 하염없이 돌리니… 아, 정말 ‘아름다운 내숭쟁이’들!

# “같이 있기도 싫어!” 머라이어 VS 휘트니

1990년대를 양분했던 팝계의 디바 휘트니 휴스턴과 머라이어 캐리. 이들의 듀엣 결성 소식은 반가움보다 우려가 앞섰다. 빌보드 차트에서 피 튀기는 전쟁을 벌이고 있었기에 이들의 관계는 이미 회복 불가능 상태.

이들의 프로젝트는 1998년 영화 ‘이집트의 왕자’ 사운드트랙에 참여한 프로듀서 베이비페이스에 의해 이루어졌다. 자존심 때문에 두 가수 모두 굽힐 줄 몰랐다. 녹음도, 사진 촬영도 각각 따로 하는 등 함께 있는 것 자체를 불편해했다. 결국 문제는 싱글 재킷에 누구의 이름을 먼저 쓰느냐로 번졌고 결국 싱글 재킷에는 머라이어의 이름과 사진을, 빌보드 싱글차트에 올라가는 순서는 휘트니 휴스턴의 이름을 먼저 표기하기로 합의했다. 사소한 것에 자존심 싸움을 했던 탓인지 팬들은 두 가수의 폭발적인 가창력, 베이비페이스의 감성적인 멜로디라인에도 불구하고 노래를 외면했다.

# “남자에 대해 뭘 알아?” 브랜디 VS 모니카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벌이는 10대 흑인 여가수들의 설전, 이 ‘콘셉트’ 대결의 결과는 모두의 승리였다. 하이틴 스타로 떠올랐던 브랜디와 모니카는 1998년 같은 시기 2집을 발매하며 피할 수 없는 대결을 펼쳐야 했고 결국 이들이 선택한 것은 ‘발전적 결합’. 스타일이 비슷했던 이들은 프로듀서 로드니 저킨스의 곡 ‘더 보이 이즈 마인’을 함께 부르기로 결심했다. 사실상 ‘짜고 치는’ 라이벌이나 다름없었지만 팬들은 이들의 깜찍한 싸움에 휘말렸다. 이들의 합작 싱글은 발매 2주 만에 1위에 올랐고 무려 13주 간 싱글차트 1위를 차지하며 두 가수를 톱스타로 만들었다.

이후 이들은 좋든 싫든 라이벌 관계로 인식됐지만 두 가수 모두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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