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신비’를 벗어던지다

  • 입력 2007년 4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왼쪽부터 술에 취해 어깨동무를 하고 포즈를 취한 탤런트 현빈과 다니엘 헤니, 여행을 가서 편한 자세로 TV를 시청하고 있는 영화배우 조승우 지진희 황정민, 방송에 출연해 과거의 예쁘지 않은 사진을 흉내 낸 가수 이효리.
왼쪽부터 술에 취해 어깨동무를 하고 포즈를 취한 탤런트 현빈과 다니엘 헤니, 여행을 가서 편한 자세로 TV를 시청하고 있는 영화배우 조승우 지진희 황정민, 방송에 출연해 과거의 예쁘지 않은 사진을 흉내 낸 가수 이효리.
《지난달 28일 MBC 오락프로그램 ‘황금어장’(수요일 오후 11시 5분)에서 가수 이효리는 살이 찌고 화장도 하지 않은 과거 사진을 공개한 뒤 그대로 흉내를 냈다. ‘핑클’ 활동 때 모습을 담은 사진에서 이효리는 턱살이 접힐 만큼 살이 많아 ‘섹시 이미지의 그녀’가 아니었다. 정선희 신정환 등 진행자들은 이 모습을 거리낌 없이 흉내 내는 ‘망가진 이효리’를 보고 폭소를 터뜨렸다. 과연 이 사람이 무대 위에서 도도함과 카리스마를 뽐내는 이효리인가 싶을 정도였다. 이때 그녀가 날리는 마지막 한마디. “예쁜 거 다들 아는데 뭐.”》

스타들이 인기 관리 전술의 하나로 구사해 온 ‘신비주의’를 벗어던지고 있다. TV 등에서 멋과 섹시 이미지만 내세우던 데서 스스로 ‘망가짐’을 택하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황금어장’ 외에도 SBS ‘헤이헤이헤이2’, tvN ‘박명수의 단무지’ 등 스타들이 기존 이미지와 달리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 주는 프로그램들이 쏟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섹시 여가수로 떠오른 아이비는 미니홈피에 기이한 행동을 한 사진을 올렸다. 얼굴에 분장용 수염을 붙이거나 방송국 대기실 바닥에 넙죽 엎드린 장면을 거리낌 없이 공개해 ‘섹시에서 엽기 이미지’로 돌변했다. 이 사진을 본 팬들은 “엉뚱하다” “깜찍하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사석에서 술에 취한 모습을 찍은 사진을 공개하는 스타들도 있다. 깔끔한 이미지로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현빈과 다니엘 헤니는 술자리에서 얼굴이 불그스레해진 채 어깨동무를 하고 찍은 사진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 많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조승우 황정민 지진희가 서해안 숙소에서 함께 소주를 마시고 바닥에 드러누워 TV를 보는 ‘평범한’ 사진도 여러 개의 블로그에 나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매체 환경의 변화로 인한 대중문화의 새로운 트렌드로 분석했다.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는 “예전에는 팬들이 신문 방송 잡지 등 일방향 매체를 통해서만 스타를 만났기 때문에 신비주의가 가능했다”며 “그러나 인터넷 등 다양한 통로로 연예인 관련 정보를 주고받게 되면서 연예인의 이미지 포장이 가식적으로 비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인터넷 덕분에 인간미와 진솔함이 스타의 새로운 덕목으로 떠오르는 추세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이미지연구소 장소영 소장은 “요즘 팬들은 권위적으로 군림하려는 스타보다 미니홈피나 팬카페에서 친구처럼 교류하는 ‘프렌테이너(프렌드+엔터테이너)’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같은 팬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있는 기획사와 스타들은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적절한 공개’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이효리 소속사 엠넷미디어 권창현 실장은 “요즘은 스타들이 망가지거나 약점을 털어놓는 데서 팬들에게 더욱 가깝게 갈 수 있다”며 “그러나 너무 반복되면 식상해지고 이미지가 오히려 나빠질 우려가 있어 적절한 선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