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바우, 무릉도원을 거닐다… 김성환 화백 서화 소품전

  • 입력 2007년 3월 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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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바우 영감’이 오리를 타고 물놀이를 한다. 새들과 함께 나뭇가지에 앉아 도란도란 대화를 나눈다. 개구리를 타고 물고기와 장난을 치기도 한다. 고바우는 1954년 2월 1일∼1980년 9월 11일 동아일보에 연재된 시사만화의 주인공. 그 고바우가 이젠 서화(書畵) 속에서 현실을 뛰어넘은 꿈의 세계를 선보인다.

고바우를 그려온 김성환(75) 화백은 20∼25일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갤러리에서 ‘고바우 서화 소품전’을 연다. 고바우가 새 개구리 오리 등과 어울리며 경구(警句)를 전하는 소품 116점을 선보인다. 최근 3년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자택에서 그린 신작이다.

고바우가 전하는 경구는 ‘일인장락(一忍長樂·한번 참으면 오래 즐겁다)’, ‘심화기평 백복자집(心和氣平 百福自集·마음을 편하게 유지하면 백 가지 복이 스스로 몰려온다)’, ‘사무사 화광동진(思無邪 和光同塵·마음을 비우라 한때의 영화는 티끌과 같다)’등이다.

김 화백은 “고바우는 보는 사람 자신”이라며 “우리가 평소 꿈꾸는 이상향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작품에는 김 화백이 평생 다져온 장인 정신이 깃들어 있다. 그림 배경으로 도원경의 분위기를 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고, 그림 속 글씨는 전서체로 썼다. 그림 안에 담긴 동물의 움직임도 바로 곁에서 보는 것처럼 생생하다. 전시작에 있는 수많은 오리 중 같은 자태를 지닌 게 하나도 없을 정도. 김 화백은 “탄천에서 직접 보고 그린 오리가 700여 마리에 이른다”고 말했다.

김 화백은 “오래전에 지인들에게 ‘장난 삼아’ 그려준 그림이 경매에서 낙찰되는 것을 보고 내 그림을 제대로 정리해야겠다는 취지에서 전시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허 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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