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경주 감은사터 3층 석탑,해체 보수 현장

  • 입력 2007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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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시 감은사터 3층 석탑. 이 두 탑 가운데 서쪽 탑의 해체 보수 작업이 10개월째 진행되고 있다. 천막에 싸여 있는 것이 해체 보수 중인 서쪽 탑이다.
경북 경주시 감은사터 3층 석탑. 이 두 탑 가운데 서쪽 탑의 해체 보수 작업이 10개월째 진행되고 있다. 천막에 싸여 있는 것이 해체 보수 중인 서쪽 탑이다.
《봄기운이 완연했던 지난달 28일 오후,경북 경주시 양북면 벌판의 국보 112호 감은사터 3층 석탑(682년·높이 약 14m) 해체 보수 현장.

두 탑 가운데 서쪽 석탑에 설치한 14m 높이의 철제 비계(공사를 위한 가설물) 위에서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이태종(보존과학) 연구원이 세척기의 호스를 들고 3층 탑신석(塔身石)의 북쪽 면을 닦아 내고 있었다.

공기와 함께 미세한 돌가루(지름 0.04∼0.08mm)를 분사해 표면에 묻어 있는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이다. 탑의 표면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분사 강도를 조절하는 그의 얼굴엔 긴장감이 역력했다.

10분 남짓 지났을까. 그는 호스를 내려놓고 조심스레 탑의 표면을 살폈다.

표면이 훼손되지 않았음을 확인하곤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잠시 이마의 땀을 훔치더니 다시 호스를 집어 들었다.

그렇게 또 10분. 이렇게 반복하기를 수차례.

한 시간에 걸친 작업 끝에 그가 닦아 낸 탑의 면적은 불과 50×100cm.

3층 탑신 북쪽 면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것으로 세척이 끝난 것이 아니다. 정교하게 관찰한 뒤 오염 물질이 남아 있으면 서둘러 표면 강화 처리를 한 뒤에 세척을 계속해야 한다.》

지금 천년고도 경주에선 감은사터 석탑 해체 보수 작업이 한창이다. 감은사는 삼국 통일의 위업을 이룩한 신라 문무왕을 기리기 위해 682년 신문왕 때 조성했던 사찰이다. 건물은 모두 없어지고 지금은 두 탑만 남아 1300년 전 신라의 영광을 외롭게 지켜 오고 있다.

2006년 6월에 해체 보수 작업이 시작됐으니 벌써 10개월째. 그동안 탑 맨 위쪽의 찰주(擦柱·탑 위에 꽂는 기둥)와 3층 옥개석(屋蓋石·지붕돌·4조각), 옥개석 받침(4조각)을 해체해 바로 옆 가건물로 옮겨 놓았다. 현재 이들 8개 부재와 해체하지 않는 부분에 대한 보존처리 작업이 진행 중이다. 문화재연구소 경주석탑보수정비사업단 소속 연구원 7명이 감은사터 현장에 상주하면서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해체해 놓은 옥개석 표면을 살펴보니, 비바람에 닳은 흔적이 역력했다. 일부는 파이고 또 다른 부분은 몇 겹으로 들떠 있어 양파 껍질처럼 떨어져 나갈 듯 보였다.

해체 복원은 야외 석탑의 보수 보존에서 최후의 선택이다. 감은사터 서탑을 해체 복원하기로 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 탑의 상태가 좋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특히 3층 옥개석이 매우 불안정해 그대로 둘 경우 붕괴의 우려가 높다고 판단했기에 3층 옥개석을 해체한 뒤 다시 조립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이번 작업은 3층 옥개석 해체-표면 세척(오염 물질과 지의류 제거)-석재 강화 처리(석재의 강도를 높여 표면 탈락을 지연시키는 것)-떨어져 나간 부분 복원-3층 옥개석 조립 순서로 진행된다. 이 가운데 가장 어려운 작업은 표면 세척이다. 다음은 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석재를 강화 처리하는 것이나 떨어진 부위를 다시 만들어 붙이는 것은 기존의 탑을 훼손시키지 않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척 작업은 자칫하면 탑의 표면을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1300년 동안이나 비바람에 노출되다 보니 석재 표면이 상당히 약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척기의 분사 강도를 잘 조절해야 합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너무 세게 닦아 내면 표면이 지나치게 뽀얘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신라 탑의 고풍스러움이 사라지지 않겠습니까? 때를 닦아 내면서도 탑의 색깔은 그대로 유지해야 합니다. 그러니 약하게 천천히 세척하지 않을 수 없죠.”

옛 석탑의 해체 보수 작업은 이처럼 긴장과 인내의 연속이다. 옆에 있던 문화재연구소의 남시진(한국 건축사) 연구원이 말을 잇는다.

“그래서 해체한 옥개석 부재 8개를 세척하는 데만 거의 6개월이 걸렸습니다. 감은사탑을 만든 신라 석공의 마음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죠. 떨어진 부위를 복원할 때도 전통 방식과 똑같이 정으로 일일이 쪼아서 만들 생각입니다.”

보존 처리는 올가을까지 이어지고 연말 무렵 조립에 들어가 내년 초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감은사터 동탑의 세척 및 강화 처리도 병행하게 된다.

문화재연구소는 현재 불국사 석가탑과 다보탑에 대한 안전진단도 실시하고 있다. 특히 기단부(받침대)에 균열이 생긴 석가탑의 경우, 1000분의 1mm의 움직임까지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부착해 놓았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해체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내년엔 다보탑도 세척 및 강화 처리를 할 계획이다. 또한 야외 불교 박물관으로 불리는 경주 남산 곳곳의 부서진 석불(石佛)들도 원래 모습으로 복원해 나가기로 했다.

경주에서 진행되고 있는 석탑과 석불의 해체 보수 보존 작업. 그건 1000여 년의 세월을 딛고 삼국 통일과 불국토(佛國土)를 향한 신라인의 꿈을 다시 만나는 일이다.

글·사진=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경주에서)

디자인=김성훈 기자 ksh97@donga.com

▼석조문화와 첨단과학은 어떻게 만날까▼

①표면의 오염 물질 세척

표면 세척에 이용하는 기기의 저압 와류(蝸流) 세척기다.

공기와 함께 매우 미세한 돌가루(지름 0.04∼0.08mm)를 나선형(와류)으로 분사해 표면을 세척하는 기기다.

여기서 돌가루를 나선형으로 분사하는 것은 탑의 표면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아무리 미세한 돌가루라고 해도 직선으로 날아가면 표면을 손상시킬 우려가 크다. 그러나 나선형으로 돌면서 날아가면 표면을 손상시키지 않는다.

②표면의 지의류(이끼류) 제거

탑의 표면에 강력하게 붙어 있는 지의류는 훈증가스 소독으로 제거한다. 해당 부위를 밀봉한 뒤 하루나 이틀 동안 훈증가스를 집어넣어 지의류를 죽게 함으로써 석재 표면과의 접착력을 약하게 만든다. 지의류가 죽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주일. 그 후 저압 와류 세척기로 지의류를 제거한다.

③강화처리

석재의 강도를 높여 주기 위한 강화 처리 약품은 에틸실리케이트. 은 알코올(에틸)과 액체 유리(실리케이트)가 주성분이다. 틈새를 통해 이 약품을 주입하고 표면을 덮어씌우면 알코올은 날아가 버리고 액체 유리만 남아 석재의 안팎을 모두 강하게 만들어 준다.

④부서진 부분 복원

감은사 탑과 동일한 응회암으로 떨어진 부분을 복원해 원래 자리에 접착한다.

접착면이 좁거나 불규칙해 떨어질 우려가 있으면 두 부재의 내부에 합성수지 핀을 꽂아 서로 연결한 뒤 다시 접착제로 붙인다.

또한 감은사 석탑의 표면 색깔과 똑같이 하기 위해 고색(古色) 처리를 병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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