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貧者의 친구’ 그가 남긴 신앙고백

  • 입력 2007년 2월 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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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제정구 전 의원 성경풀이집 출간

백발에 거뭇한 얼굴, 앙 다문 야무진 입술, 세상의 온기를 사랑했던, 그래서 정반대의 세상에 고뇌하며 연방 줄담배에 불을 붙이던…. ‘빈자의 영원한 친구’ 제정구(사진) 전 의원이 9일로 세상을 떠난 지 8주기를 맞는다. 그의 추모식에 때맞춰 ‘제정구 기념사업회’가 ‘제정구의 성경풀이-사람의 길’이라는 추모집을 펴냈다. 제 전 의원이 1983∼1987년 ‘경향잡지’에 기고했던 주일 성경풀이를 묶어 낸 책이다.

이 책에는 서울의 안양천변 양평동 판자촌 주민들을 이끌고 경기 시흥시 신천동에 ‘복음자리’ 공동체를 이끌었던 제 전 의원의 신앙고백이 담겨 있다. 김수환 추기경의 축사도 있다. “그곳(복음자리)에 여러 번 가 보기는 했으나 자고 온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공동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는 등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 자고 가라고 할 때마다 슬금슬금 꽁무니를 뺐습니다.”

이 책은 신앙고백이지만 개인적이지 않고, 세상을 덮고 있던 어둠과 악을 뛰어넘겠다는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특히 독재정권을 미워했지만 “미움을 버리고 원한을 품지 않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자유와 해탈의 길은 그 길뿐”이라는 고백이 마음을 울린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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