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삶의 기록-자서전 30선]<1>어니스트 섀클턴 자서전

  • 입력 2007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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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어깨 위에 무거운 책임이 지워졌음을 느꼈고 대원들의 의기소침한 태도를 보니 용기를 내 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난파선 634일만의 귀환, 그 힘은?

이 책을 읽으면서 군 생활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살을 에는 추위와 싸워야 했던 이틀간의 동계훈련. 정말이지 너무나 힘이 들어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저절로 몸서리가 쳐진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영국의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1874∼1922)은 내 기억 중 가장 고통스러웠던 동계훈련보다 수백 배는 더 어려운 상황에서 634일 동안이나 대원들을 이끌면서 모두 살려 냈다는 사실이다. 섀클턴의 위대한 리더십과 조직원들의 팀워크가 그 역경을 이겨 내게 했다.

1914년 12월 5일 섀클턴은 남극 대륙을 횡단한다는 야망을 품고 27명의 대원과 함께 인듀어런스호에 올랐다. 하지만 이들은 부빙(浮氷)에 배가 난파하면서 엄청난 시련을 겪는다. 펭귄을 잡아 허기를 달래고, 혹독한 추위에 발이 썩으면서도 전진하고 또 전진했던 이들이 구조되기까지 2년간 겪은 일들은 인간의 생존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었다. 얼어붙은 웨들 해 부빙 위에서의 생활, 지붕도 없는 보트로 험난한 남극해를 두 번이나 건너는 위험천만한 항해, 절해고도 엘러펀트 섬에서의 사투. 이 모든 것이 인간이 가진 인내력의 한계를 보여 준다.

이 처절한 여행의 하루하루 그리고 고비마다 탐험대장 섀클턴은 대원들에게 역경을 극복하는 지칠 줄 모르는 힘, 창의성, 영감을 불어넣었다.

비슷한 시기인 1913년 8월 3일 빌햐울머 스테펀슨이 이끄는 캐나다 탐험대가 캐나다 최북단 해안과 북극점 사이의 지역을 탐험하기 위해 출발했다. 이들이 타고 간 탐험선 칼럭호도 단단한 빙벽에 둘러싸이고 말았다. 승무원들은 고립된 지 수개월 만에 떠날 때와는 전혀 다른, 이기적인 사람들로 변해 버렸다. 거짓말과 도둑질은 일상이 됐고, 11명의 승무원은 북극 황무지에서 죽음을 맞고 말았다.

그러나 섀클턴이 이끄는 인듀어런스호는 완전히 달랐다. 똑같이 지옥 같은 상황이었지만 그의 대원들이 보여 준 행동은 칼럭호와 반대였다. 거짓말과 속임수가 아니라 팀워크, 희생정신, 그리고 서로에 대한 격려가 충만했다.

최근 기업들은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시장에서의 경쟁뿐만 아니라 예측하지 못했던 사고와 재난이 수시로 기업을 엄습한다. 그리고 이런 위기를 리더가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이 책이 시사하는 바는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섀클턴 같은 리더십을 발휘하면 조직원들의 마음을 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 팀의 구성원으로선 긍정적인 사고와 인내심, 존중과 협력의 정신을 가지면 역경을 극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게 닥쳤던 역경, 아니 다가올지 모르는 역경에 대해 생각해 봤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섀클턴과 대원들이 겪은 634일간의 어려움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섀클턴과 대원들이 역경을 극복했듯 긍정적인 사고와 인내심을 갖고 노력한다면 틀림없이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도 함께 들었다.

조성용 한국리더십센터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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