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집-맛의 비밀]경북 울진군 ‘대창수산’

  • 입력 2007년 2월 3일 03시 00분


긴 다리와 그 사이로 드러나는 흰 속살.

먹으면 먹을수록 빠져든다. 대게는 11월부터 제철이지만 정월 보름 무렵에 잡힌 것을 최고로 친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데다 차지기 때문이다.

경북 울진군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23km 떨어진 곳에 왕돌초가 있다. 동서 21km, 남북 54km의 거대한 수중 암초로 포항까지 이어진다. 수심, 온도, 뻘의 질 등 여러 면에서 대게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다. 김용수 울진군수는 “울진 대게의 역사는 조선 성종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며 “동국여지승람에는 임금님에게 진상됐다는 기록도 있다”고 말했다.

후포항 근처 평해읍에는 옛 이름이 ‘끼알(게알)’이었다는 거일 마을이 있다. 수산물 유통센터 안에 있는 대창수산(054-788-2768)은 울진 대게와 붉은 대게를 값싸게 먹을 수 있는 곳이다.

○ 주인장(배성도 씨·49)의 말

게 맛은 지금부터 좋아진다. 음력 정월 보름께는 살이 ‘쫙’ 오른다. 배 부분이 검거나 배 쪽을 눌렀을 때 말랑말랑한 것은 좋지 않다. 다리가 불그스름한 빛을 띠는 것이 맛있다.

울진 대게의 맛은 바로 ‘왕돌초 맛’이다. 바다는 해류와 위치에 따라 거기에서 노는 고기의 종류와 맛이 달라진다. 울진 대게, 붉은 대게, 도루묵, 가자미, 고등어, 골뱅이 등 다양한 어족이 몰린다.

대게는 주로 수심 200∼500m에서 살고 그물로 잡는다. 이에 비해 붉은 대게는 500∼2000m에 살고 통발로 잡는다.

손님들이 먹는 대게는 수놈이다. 암놈은 잡는 것이 금지돼 있는데 ‘빵게’라고 부른다. 한 마리가 낳는 알의 수가 10만여 개나 된다.

붉은 대게는 대게에 비해 가격이 싸고 맛도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냉동된 상태로 도시 노점에서 대량으로 팔려 싸구려라는 인상을 남겼다. 최근엔 붉은 대게도 살아 있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신선한 맛을 지킬 수 있게 됐다.

○ 주인장과 식객의 대화

▽식객=이제 게 맛을 알겠습니다. 서울에서 6시간 넘게 운전해 온 보람이 있습니다.

▽주인장=게 맛을 말로 하겠습니까. 먹어보는 게 최고죠.

▽식=붉은 대게도 울진 대게 못지않게 맛있네요.

▽주=쫄깃한 맛은 붉은 대게가 한 수 위라고 생각합니다. 심해에서 잡히는 붉은 대게의 살은 단단한 편입니다. ▽식=집에서 대게를 먹을 때 주의할 점이 있습니까.

▽주=일단 크기는 9cm 이상이면 됩니다. (대게는 크기를 다리가 아니라 몸통의 세로 길이로 잰다). 찜통에서 25분 정도 찌는데 비린내가 아니라 구수한 냄새가 나야 합니다. 다 찌기 전에 뚜껑을 열면 맛이 비려집니다. 대게의 배는 반드시 위로 향해야 뜨거운 김이 들어가도 게장이 흘러나오지 않습니다. 살아 있으면 다리가 떨어지거나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미지근한 물에 기절시킨 뒤 쪄야 합니다.

▽식=게 뚜껑에 비벼먹는 밥맛이 기막히네요.

▽주=게 내장에 신 김치, 깨소금, 참기름, 김을 섞어 비벼주면 울던 아이도 금세 돌아앉아 밥상으로 달려듭니다.

울진=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