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토슈즈 벗고 한국춤에 발 담그다

  • 입력 2007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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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대 기자
박영대 기자
한국의 간판 발레리나 김주원(29)이 ‘혜경궁 홍씨’가 된다.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 김주원이 다음 달 22∼24일 국수호 디딤무용단장이 내놓는 신작 ‘사도-사도세자 이야기’에서 ‘혜경궁 홍씨’ 역을 맡아 한국 창작춤에 도전하는 것.

지난해 세계 최고 권위의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무용수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발레리나로 공인받은 그가 한국 무용에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작품을 한번 같이 해 보자”는 국 단장의 전화를 받고 그 자리에서 승낙했다고 한다.

“사실 제 새해 결심이 한국무용을 배워 보는 거였어요. 한국에서는 발레 전공자도 학교에서 부전공으로 한국무용을 하는데 저는 러시아에서 유학하는 바람에 한국무용을 접해 보지 못해 아쉬웠거든요. 그런데 마침 국 선생님이 제안을 해 주셨으니 운이 좋았던 셈이죠.”

발레리나가 굳이 한국무용을 배우고 싶은 이유는? “한국 춤이 갖는 ‘한’이라는 정서를 익히고 나면 발레를 할 때 몸의 움직임이 달라질 것 같아서”란다. 그는 외국 무용 관계자에게서 ‘춤에서 슬픔이 절로 배어 나온다’는 칭찬을 듣는 발레리나다.

“요즘 들어 한국무용의 위대함을 처음으로 깨닫고 있어요. 손가락 끝의 표현력은 우리 같은 발레리나보다 더 섬세하더라고요. 이런 한국무용의 색깔을 나중에 발레 할 때 넣으면 정말이지 장난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무용에 대한 그의 찬사가 이어졌다.

“흔히 사람들은 ‘김주원’이라는 발레리나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하늘하늘하고 부드럽고, 가볍고…. 그런데 한국무용을 보니까 그 움직임이 어찌나 부드러운지 제 몸이 제일 뻣뻣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죠.”

이번 공연에서 그는 토슈즈를 벗어던지고 맨발로 춤을 춘다. “자유로운 느낌이 좋다”고 했다.

‘사도’는 혜경궁 홍씨와 영조, 정조, 사도 등 네 명의 무용수로 이루어진 작품. 모두 더블 캐스팅이다. 그의 첫 한국무용가 파트너는 ‘사도세자’ 역을 맡은 국립무용단의 조재혁(28). 두 사람이 추는 2인무 ‘사랑의 아다지오’도 있다. ‘혜경궁 홍씨’ 역은 김주원과 현대무용가 이윤경이 번갈아 맡는다. ‘사도’는 국립중앙박물관 내 극장 ‘용’에서 공연된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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