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전막후]“예수 부활 장면을 막아라”

  • 입력 2007년 1월 2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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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니아들이 예수의 ‘부활’을 막았다?

한 달째 공연 중인 록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측은 마지막 공연을 2주일가량 앞둔 20일 갑자기 원작에 없는 예수의 부활 장면을 추가한 새로운 엔딩을 선보였다. 원래 이 작품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숨지는 장면에서 공연이 끝나지만, 제작진은 이 장면에 이어 예수가 부활하는 장면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넣어 마무리한 것.

그러자 공연 홈페이지에는 이날 공연을 본 뮤지컬 마니아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예수의 부활 장면 삽입은 뮤지컬 팬들에 대한 우롱이다” “공연 막바지에 부활 장면을 새로 집어넣은 것은 객석을 기독교 신자들로 채우려는 의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 “속 보이는 졸속 처사”….

드물게 “부활 장면 삽입이 원작에 대한 반칙일 수 있지만 십자가 장면 이후 무거웠던 마음을 해피 엔딩으로 털 수 있었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거의 비난 일색이었다. 제작사가 부활 장면을 집어넣어 ‘신의 아들’로서 예수를 부각함으로써 ‘인간적인 예수’를 그려 내고자 했던 원작의 실험적인 의도를 훼손했다는 이유다.

뮤지컬 팬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결국 제작사인 네트워크 라이브 측은 하루 만에 ‘부활’ 장면을 공연에서 삭제한 뒤 21일 홈페이지에 ‘부활 신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부활 장면은 십자가 신(마지막 장면) 이후 마음을 가다듬기 전에 커튼콜이 나와 감정의 흐름이 깨진다는 제작진의 판단 및 부활에 대한 일부 관객의 요청 사항으로 고민 끝에 삽입한 것이나 제작진과의 협의를 통해 원래 의도대로 공연을 진행키로 결정했다”는 것이 요지다.

그러나 제작진은 그 말미에 “향후 부활 장면에 대한 변동사항이 있을 시 충분한 검토 후 사전공지를 올리겠다”고 밝혀 앞으로도 예수의 부활 장면이 다시 ‘부활’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이 뮤지컬을 보고 간 몇몇 목사님 등 종교계 분들이 부활 장면이 빠져 있는 것에 대해 지적했다”며 “31일로 예정된 교회 단체 관객만을 위한 특별 낮 공연에는 부활 장면을 다시 넣을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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