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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월 19일 19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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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기를 통해 들려온 그녀의 목소리는 흥분에 들떠 있었다. KBS '9시 뉴스'에서 보여주던 그녀의 안정되고 정돈된 이미지는 없었다. 만남이 있기 정확히 일주일 전 오후였다.
약속장소에 나타난 정세진 아나운서의 손에는 커다란 음반 하나가 들려있었다. 심수봉 5집 앨범. 노란 글씨로 타이틀곡 '사랑밖에 난 몰라'가 진하게 박혀있는 레코드판이었다.
"선생님, 참 뵙고 싶었습니다. 오늘 선생님 뵈러 간다니까 아버님께서 좋아하시면서 이걸 건네주시더라고요."
"어머나, 참 오래된 음반인데…이렇게 만나게 되서 반가워요."
심 씨와의 만남에 정 아나운서는 대단히 열성을 보였다. 12월 만남을 제의했을 때 심 씨의 매니저는 연말 스케줄 때문에 어렵다고 했고 1월에는 정 아나운서가 미국 연수를 가기에 두 사람의 인연은 그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정 아나운서는 "출국 전날까지만 연락이 온다면 만나겠다"고 했다. 어지간한 열성이었다면 두 사람은 그냥 '가수'와 '아나운서'로만 서로에게 기억될뻔 했다.
처음 정 아나운서가 "심수봉 선생님을 뵙고 싶어요"라고 말했을 때 기자는 조금 의아했었다. '클래식 오디세이' '저녁의 클래식' 등을 진행하며 클래식 통으로 알려진 그녀였기 때문이다.
"물론 심 선생님의 음악을 좋아해요.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50대까지 생명력을 잃지 않고 최고의 위치에 서 계실 수 있는 모습이 존경스럽습니다."
그녀는 심 씨의 생명력을 흠모했다. 40대를 준비하겠다며 '9시 뉴스' 앵커에서 스스로 내려와 미국 유학을 결심했던 그에게 50대의 '심수봉'은 특별한 존재인 듯 했다.
만남 이 후 전화 통화에서 그녀는 심 씨의 행복한 모습과 자신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며 "미국에 가면 현재 이 후의 나를 이끌어 줄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싶다"고 밝혔다.
유성운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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