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스테판 하켄베르크 씨“韓가야금은 이제 세계의 악기”

  • 입력 2007년 1월 1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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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 앙상블 ‘사계’와 작곡가 스테판 하켄베르크(왼쪽에서 두 번째) 씨. 사진 제공 악당이반
가야금 앙상블 ‘사계’와 작곡가 스테판 하켄베르크(왼쪽에서 두 번째) 씨. 사진 제공 악당이반
“가야금은 이제 한국인만의 악기가 아닙니다. 미국 알래스카 음악축제에서도 해마다 가야금 연주에 수많은 사람이 몰려듭니다.”

독일 출신 미국인 작곡가 스테판 하켄베르크(47) 씨가 가야금 앙상블 ‘사계(四季)’를 위해 창작 가야금곡을 작곡했다. 이 곡은 19일 오후 8시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에서 열리는 ‘사계…날다’ 공연에서 초연될 예정이다.

하켄베르크 씨는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작곡을 공부하고 월드뮤직 작곡가로 활약해 왔으며 1999년부터 알래스카 음악페스티벌 ‘크로스 사운드’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하버드대에서 가야금 연주자인 부인 조세핀 씨를 만나 결혼한 뒤 2001년부터는 알래스카에서 살고 있다.

“가야금은 일본의 고토(箏), 중국의 구친(古琴)과 흡사하지만 사람의 노랫소리와 가장 비슷하며 농현(弄絃) 주법이 있어 다양한 음색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동서양의 다양한 현악기와 잘 어울리는 가야금은 월드뮤직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가장 큰 악기입니다.”

그가 이번에 작곡한 곡은 ‘여(女)해적, 마담 칭(Madame Ching, Lady Pirate)’이다. 알래스카에서 낚시를 하러 바다에 나갔다가 우연히 마주친 ‘마담 칭’이란 이름의 배에서 영감을 얻었다. 해적의 로망과 알래스카의 광대한 자연을 표현한 곡이다. 전통적인 12현 가야금(정악, 산조)과 25현, 22현 가야금 등 4대의 가야금 소리가 파도처럼 격렬하다가도 부드럽게 물결치는 현대적인 곡이다.

“서양음악에서 오르간이 입체적인 음향을 만들어나가는 것처럼 이 곡도 4대의 가야금 소리가 하나의 선율을 이루는 효과를 노렸습니다. 2000년 한국에서 앙상블 ‘사계’가 가야금으로 유럽 스타일의 창작곡을 연주하는 것을 보고 감명을 받아 시도하게 됐습니다.”

‘사계’ 멤버 조수연(33) 씨는 “퓨전국악그룹이 대부분 서양의 클래식이나 팝송을 편곡해 연주하는 데 머무르고 있다”며 “이제는 창작곡으로 가야금 앙상블의 지평을 넓혀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2만∼5만 원. 02-745-6113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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