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 함께 문화산책]뮤지컬 ‘렌트’ 중 ‘후일에’

  • 입력 2007년 1월 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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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초연때의 오리지널 캐스트가 출연한 뮤지컬 영화 ‘렌트’. 사진 제공 영화인
브로드웨이 초연때의 오리지널 캐스트가 출연한 뮤지컬 영화 ‘렌트’. 사진 제공 영화인
조승우의 출연 소식과 함께 순식간에 조승우 출연분의 표가 매진돼 화제가 됐던 뮤지컬 ‘렌트’. 사진 제공 신시뮤지컬컴퍼니
조승우의 출연 소식과 함께 순식간에 조승우 출연분의 표가 매진돼 화제가 됐던 뮤지컬 ‘렌트’. 사진 제공 신시뮤지컬컴퍼니
신년 인사를 주고받다 보면 가장 자주 하고, 듣는 말이 있습니다. “언제 한번 만나자.” 이 말을 뒤집어 보면 ‘오늘, 지금 당장은 아니고’라는 뜻이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뮤지컬 ‘렌트’는 ‘언제 한번’ 대신 ‘오늘뿐이야(No Day But Today)’라고 외칩니다. ‘오늘뿐이야’는 이 작품에 나오는 유명한 노래 ‘후일에(Another Day)’의 가사 중 한 구절이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영원하지 않으니 매 순간 충실하게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는 이 작품의 주제를 압축하는 이 구절은 곧 ‘렌트’의 슬로건이기도 합니다.

1996년 미국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렌트’는 뉴욕을 배경으로 가난한 무명 예술가들의 사랑과 고민을 그린 뮤지컬입니다. 원작은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인데요, 기본 줄거리는 비슷하지만 캐릭터와 상황은 시대에 맞게 ‘업데이트’ 됐지요.

삯바느질로 살아가던 여주인공 미미는 클럽 댄서가 됐고, 남자 주인공 로저는 시인에서 록 음악가로, 화가는 영화감독으로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결핵은 에이즈로, 혹독한 추위는 냉정한 물질만능주의로 바뀌었죠. 결정적인 차이는 엔딩, 결말 부분인데요, 비극으로 끝나는 ‘라 보엠’과 달리 ‘렌트’는 마지막 순간 극적으로 미미를 되살려 냅니다. 그 순간에 로저와 친구들이 한 소절씩 부르기 시작해 나중에는 피날레 합창으로 이어지는 노래가 바로 ‘후일에’입니다. 살아 있는 오늘의 소중함을 깨달은 젊고 가난한 예술가들은 다 함께 노래하지요.

“다른 길은 없어/다른 방법도 없어/다른 날도 없고 오직 오늘뿐이야(No Other Road, No Other Ways, No Day But Today)….”

사실 ‘오늘 아니면 시간이 없다’는 외침은 이 작품의 대본과 작곡 그리고 작사를 맡았던 요절한 천재 작가 조너선 라슨의 삶과 겹쳐져 더 절실히 다가옵니다. 원래 이 노래는 힘든 길을 걷는 동료들을 위한 라슨의 메시지였다지요. 하지만 라슨은 7년 동안 혼신의 힘을 기울여 제작한 ‘렌트’가 무대에 오르기 바로 전날 35세로 짧은 생을 마감합니다. 그의 삶 자체가 메시지가 된 셈이지요.

이번 달, 두 가지 버전의 ‘렌트’가 찾아옵니다. 하나는 오늘 대학로에서 막을 올리는 조승우 주연의 소극장 뮤지컬 ‘렌트’고, 또 하나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감독의 뮤지컬 영화 ‘렌트’입니다(18일 개봉). 영화에서는 1996년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초연될 당시 무대에 섰던 ‘오리지널 캐스트’가 주요 배역에 대부분 그대로 출연하지요.

‘렌트’ OST는 이미 나와 있고, 다음달 DVD도 출시된다고 합니다. 뮤지컬이든, 영화든, DVD든 한번쯤 ‘렌트’를 보며 ‘소중한 오늘’에 대해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시간이 없어,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또는 아무 때나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언제 한번’으로 미뤄둔 일들을 새해에는 실천에 옮겼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날이 아닌 바로 오늘 말이죠. ‘언제 한번’이라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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