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건강 365일]“말 좀 하자, 말 좀…” 만족하고픈 아내

  • 입력 2006년 12월 11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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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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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이 여전히 나를 원하고 있고, 내게서 육체적 매력을 느낀다는 사실이 중요하죠.”

“매일 크고 작은 일로 싸우지만 성관계를 가질 때만큼은 남편이 멋져 보여요.”

다국적 제약회사인 바이엘헬스케어코리아가 최근 성관계 파트너가 있는 18세 이상 한국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성의식 수준을 조사할 때 나온 대답들이다.

응답자 10명 중 9명이 성관계가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대답했다.

40세 이상(350명)에서는 10명 중 6명이 ‘성생활이 커플의 행복과 안정감을 증진시킨다’고 답했다.

발기부전 치료제를 만드는 제약사가 배포한 자료이긴 하지만 한국 여성들이 성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보여 줘 의미가 있다.》

한국 여성의 성의식은 대담해졌다. 하지만 성 트러블을 겪는 사람도 늘고 있다. 성 상담을 많이 하는 부부클리닉 ‘후’와 백상클리닉의 도움을 받아 한국 부부들은 어떤 문제로 성 클리닉을 찾는지 알아봤다.

▽성 클리닉에는 어떤 상담들이?=50대 중반 주부 A 씨가 “남편과 성격이 안 맞아서 도무지 못 살겠다”며 클리닉을 찾아온 건 올해 초. 젊은 시절 남편은 아이들 양육 등 집안일은 전적으로 아내에게 맡기고 바깥일에만 몰두했다. 젊을 땐 그러려니 하고 살던 A 씨였지만 최근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면서 시간이 많아지자 남편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간절히 원하게 됐다. 하지만 권위의식에 사로잡힌 남편과의 다정한 대화는 어려웠다.

성생활에서도 남편은 ‘일방통행’이 많았다. A 씨의 감정은 배려하지 않고 자신이 원할 때, 원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A 씨는 한 번도 오르가슴을 느껴 본 일이 없다. 이런 불만을 남편과 이야기한 적도 없었다.

30대 중반의 맞벌이 주부 B 씨는 남편과 2년 반 동안 성관계를 갖지 않았다. 주중에는 얼굴을 맞댈 시간조차 거의 없었고, 주말에는 아이들 때문에 둘만의 시간을 가질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섹스리스’ 기간이 너무 길어지니 뭔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되어 클리닉을 찾았다.

백상클리닉 박수용 원장은 “성은 이제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다”며 “요즘은 남녀 모두 부부간 조화로운 생활을 위해 성을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대화를 통한 정서적 교감이 중요=성 클리닉 상담 사례를 보면 40대 이상 중년층은 대화 부족 때문에, 30대는 맞벌이로 인한 일상의 누적된 피로 때문에 성생활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흔히 나이가 들수록 성적 욕구도 감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행복가정재단이 최근 전국의 30대 이상 부부 500쌍(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상적인 성생활 빈도에 대해 전 연령대에서 ‘주 1, 2회’를 가장 많이 꼽았다. 그러나 성문제에 대해 대화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40대 이상에서 두 쌍 중 한 쌍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말하기가 꺼려진다’고 응답해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성 그 자체에 대한 만족보다는 일상 속에서의 정서적 교감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부부클리닉 후의 김병후 원장은 “여성은 성관계를 정서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섹스 그 자체에 대한 욕구보다는 섹스를 통해 남편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기를 원한다”며 “하지만 남성은 ‘나는 아직도 (섹스가) 가능하다’는 기능적 측면을 중시하기 때문에 성 트러블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성문제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조차 대화하는 방법을 모르고 대화를 거의 하지 않는 게 부부 트러블의 원인이라는 것.

그러나 요즘에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과거보다 늘었다는 게 긍정적인 변화다. 박 원장은 “가장 사적인 침실 문제를 남에게 털어놓으며 해결책을 구하려는 사람이 늘었다. 부부 한쪽이 일단 병원을 찾으면 나중에 함께 치료를 받기도 한다”며 “성에 대한 이야기를 무조건 속에 담아 두지 말고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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