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 주인공, 가족이 없는 이유는?

  • 입력 2006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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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요즘 드라마 주인공들에게는 가족이 없다. KBS2 ‘눈의 여왕’(월·화 밤 9시 55분)의 남자 주인공 한태웅(현빈)은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외둥이다. 여주인공 김보라(성유리)와 이승리(유인영)는 아버지와 단 둘이 산다. MBC ‘90일, 사랑할 시간’(수·목 밤 9시 55분)의 남자 주인공 현지석(강지환)은 극 초반에 아버지를 여의었고 여주인공 고미연(김하늘)은 무남독녀, 미연의 남편은 부모가 없다. ‘환상의 커플’(토·일 밤 9시 40분) 남녀 주인공의 경우 어린 시절 부모가 세상을 떴다. SBS ‘연인’(수·목 밤 9시 55분)의 하강재(이서진)는 고아 출신 조직 폭력배이고 윤미주(김정은)는 어머니가 없다. ‘게임의 여왕’(토·일 밤 9시 55분) 남녀 주인공 이신전(주진모)과 강은설(이보영)은 각각 아버지와 어머니를 일찍 여의었다. 왜 이렇게 결손 가정 출신 주인공이 많을까.

요즘 드라마 주인공, 가족이 없는 이유는?
현실에 부합하는 이유를 고르시오.

① 이혼율이 높아진 현실을 반영하려고

② 비극적 가족사 통해 극의 긴장감을 높이려

③ 관계를 단순화해 시청자의 이해를 도우려

④ 조연배우를 줄여 제작비를 아끼려고

정답: ④번

[해설] ▽극적 효과 위해 ‘결핍’을 강조=‘눈의 여왕’ 조연출 이종재 PD는 “주인공이 의지할 가족 없이 고난을 겪어 갈등이 고조되어야 이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카타르시스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가족의 부재가 주인공의 성격 형성이나 드라마의 극적 설정이라는 것이다.

‘눈의 여왕’ 여주인공 보라는 엄마 없이 자란 데다 고교에 다니던 오빠마저 자살한다. 이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안게 된 보라는 남주인공 태웅의 보호 본능을 자극한다. 하지만 오빠의 자살에 태웅이 연루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둘의 사랑은 고비를 맞는다.

‘게임의 여왕’의 신전은 아버지를 자살로 이르게 한 강재호(한진희)에게 복수하기 위해 재호가 아내 없이 키운 은설에게 접근한다. 은설과 재호를 더할 나위 없는 부녀지간으로 설정한 것은 복수의 극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90일, 사랑할 시간’에서는 지석의 아버지가 일찍 자살하고, 이는 지석이 미연과 헤어지는 결정적 이유가 된다. 지석의 아버지가 이들의 사랑을 갈라놓기 위해 차에 뛰어든 것이다.

[공식] 주연배우 몸값 폭등→배우 수 줄이기→극중 가족의 부재→‘붕어빵’ 드라마 속출

▽출연료 절감 방안=제작진은 드라마에서 ‘가족’이 사라지는 근본적인 이유로 출연료 문제를 꼽았다. ‘연인’의 작가 김은숙 씨는 “주연 배우의 몸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조연의 수를 줄이기 위해 ‘불필요한’ 가족은 등장시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방송문화진흥회가 최근 펴낸 보고서 ‘외주제작의 증가로 인한 방송사 드라마 제작 실태 변화 연구’에 따르면 A 방송사 평일 드라마의 회당 제작비는 2000년 5300만 원에서 2005년 9501만 원으로 7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연 배우 2명의 출연료는 400만 원에서 1400만 원으로 251% 상승했고 하위 10명의 총출연료는 221만 원에서 184만 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지난달 26일 MBC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의 회당 최고 출연료가 2500만 원으로 밝혀져 출연료 양극화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정운현 MBC 드라마국장은 “드라마가 주인공 위주로 흐르면서 구성이 단조롭고 조연을 통한 캐릭터 실험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재 PD도 “가족이 없는 주인공이 많아지면서 비슷한 소재의 드라마들이 거의 동시에 방영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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