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 앨범 객차…‘최초’는 문화재가 될 수 있다?

  • 입력 2006년 11월 27일 20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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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간이역, 동전, 전화기, 돌담길…

석굴암, 고분벽화 등 오래되고 거창한 문화유산만 문화재가 아니다. 최근 간이역, 돌담길, 자, 저울 등 근대기(1902¤1945년) 국가표준 도량형기도 문화재로 등록됐다. 어디까지 문화재일까?

●'최초는…문화재'

문화재청은 내년부터 10개년 전수조사를 통해 근대기 음반, 책, 영화 등 문화콘텐츠, 교통, 통신, 의생활, 주생활 분야에서 최초의 의미를 지닌 동산 및 문화유산을 문화재로 등록할 예정이다. 향후 문화재로 등록될 근대유산들은 열차, 비행기, 동전, 전화기, 대중가요, 공원 등 다양하다.

교통수단으로는 1927년 경성공장에서 제작된 후 1955년에 개조돼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전용열차로 사용된 '귀빈객차', 1953년 제작돼 2년간 공군 연락기로 활용된 후 최근 복원된 국산 1호 항공기 '부활호' 등이 포함된다.

우리나라 최초의 조폐기관인 경성전환국에서 화폐를 주조하기 위해 고종23년(1886년) 독일에서 수입한 압인기(壓印機), 1883년 경성전환국 주화, 1898년 최초 도입된 전화기인 '자석식 교환기', 우리나라 최초의 대중가요로 추정되는 '희망가'를 수록한 앨범(1923년) 등도 문화재가 된다. 이밖에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공원인 인천 중구 자유공원(1888년), 남한 지역 최초의 발전소인 전북 정읍시 우남 발전소(1928년·현재 섬진강 댐) 등도 문화재가 된다.

●기념(Memorial)과 기록(archive)의 사이 선 근대문화재

근대문화유산 지정은 2003년 21건, 2004년 81건, 2005년 82건, 2006년 92건으로 매해 늘고 있다. 문화재청 근대문화재과 김인규 연구관은 "근대 유산들은 남아있는 것이 적고 파손중에 있어 후대를 위해 보존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기존 문화재는 예술성, 희귀성 등을 중시하지만 근대 문화재 등록에는 근접성, 즉 '근대 실생활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나'가 주요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문화재보호법 개정에 따라 근대문화재 등록 대상이 부동산에서 동산까지 확대되면서 '일상'이 문화재가 되는 경우가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하지만 근대문화재 확대에 대한 어려움도 적지않다. 제주도 설촌마을 돌담길 등은 마을 주민들이 문화재 등록을 거부했다. 또 근대유산 중 상당수는 '일제의 흔적'이 남아있어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서울 명동 옛 대한증권거래소 건물이 대표적 케이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근대문화유산 상당수가 일제의 부정적인 영향이 남아있는 '네거티브 문화재'인 것은 사실이나 '기념'이 아닌 '역사의 기록'으로 구분해 보존하면 된다"고 말했다.

<20041015|김윤종기자 zozo@donga.com>041015|김윤종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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