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보드 타고 마사지 받고… 근무중 맞아?… ‘픽사’를 가다

  • 입력 2006년 11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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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 스튜디오 본관 건물은 철조와 유리창으로 이뤄져 개방성과 투명성을 엿볼 수 있다. 사진 제공 픽사&월트디즈니
픽사 스튜디오 본관 건물은 철조와 유리창으로 이뤄져 개방성과 투명성을 엿볼 수 있다. 사진 제공 픽사&월트디즈니
‘관객은 특수효과가 아니라 이야기 때문에 영화를 보러 온다.’(존 래세터 픽사&월트디즈니 창작담당 총괄사장)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에머리빌에 위치한 픽사 스튜디오는 ‘토이스토리’ ‘몬스터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를 제작한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명가. 불과 20년 전만 해도 머릿속에서나 가능했던 것을 화면에 펼쳐 놓는 기술력과 상상력으로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

5월 합병을 통해 픽사&월트디즈니로 재탄생하자마자 자동차 경주의 영웅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카’를 내놓고 한숨 돌리고 있는 픽사 스튜디오를 찾았다.

▽일하는 사람이 재미있어야=픽사 스튜디오는 활기가 넘쳤다. 1층 홀에선 직원들이 커피를 마시면서 얘기하고, 그 옆으로 ‘킥보드’를 타는 동료가 지나가면서 인사한다.

근무시간인데도 마사지실과 스포츠센터는 물론 배구장 수영장 축구장 농구장이 직원에게 개방된다. 사내 대학의 랜디 넬슨 학장은 “주 40시간 중 4시간은 사내 대학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배운다”고 말한다.

넬슨 학장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성 있는 인재이고, 이곳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인재의 창의성을 조직에 통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티스트 김형균(39) 씨는 “월급은 많지 않아도 근무 환경은 픽사가 최고”라며 “20년 전 픽사 창립 초창기부터 근무한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방문객들에게 3D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복도 구석마다 최신작 ‘카’에 대한 내용이 붙어 있다. ‘카’는 래세터 사장이 ‘토이 스토리 2’ 이후 7년 만에 직접 각본을 쓰고 감독한 야심작.

넬슨 학장은 “최고의 애니메이션이란 목표는 같지만 일일이 래세터 사장에게 물어볼 수 없기에 정보나 개념 공유에 힘쓴다”고 설명했다. 픽사의 모든 것은 비밀이지만 이 안에선 비밀이 없다.

▽픽사보다 새롭고 완벽한 것은=넬슨 학장은 픽사 직원의 특징을 책임감, 인내심, 우수성으로 요약했다. 출퇴근이 자유롭지만 책임감을 갖고 그날 일은 그날 끝내야 한다. 한 작품 제작에 4∼5년이 걸리는 경우도 많아 인내심이 많이 요구된다.

래세터 사장은 “이 애니메이션은 사실감 있고 정확한 세부 묘사가 관건”이라며 “컴퓨터로 비틀리고 낡은 모습을 표현하기 어려웠다”고 말한다.

영화의 한 프레임을 표현하기 위해 제작진이 들인 시간은 평균 17시간. 3000대의 컴퓨터 네트워크와 최첨단 테크닉의 스피드가 동원돼 1초 분량의 필름을 제작하는 데 3, 4일씩 걸렸다.

김 씨는 “픽사의 직원들은 관객들이 ‘진짜는 아닌데 진짜처럼 보인다’고 말할 때까지 공을 들인다”고 설명했다.

‘픽사보다 새롭고 완벽한 것은 오직 픽사뿐’이라는 모토에 걸맞게 과감한 기술력이 돋보이는 애니메이션 ‘카’의 DVD는 1일 출시된다.

샌프란시스코=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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