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만나는 시]함민복 ‘딱딱하게 발기만 하는…’

  • 입력 2006년 10월 2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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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반죽 뻘은 큰 말씀이다

쉽게 만들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물컹물컹한 말씀이다

수천 수만 년 밤낮으로

조금 무쉬 한물 두물 사리

소금물 다시 잡으며

반죽을 개고 또 개는

무엇을 만드는 법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함부로 만들지 않는 법을 펼쳐 보여주는

물컹물컹 깊은 말씀이다

- 시집 ‘말랑말랑한 힘’(문학세계사) 중에서》

뭐라고? 저 늙은 반죽 뻘님 입술 옴짝거리는 모습이 장 그런 혼잣소린 줄 알았지. ‘처얼썩 처얼썩 쏴아-’ 당최 개고 또 갠 반죽을 물에 풀어 버리신단 말씀이야. ‘어르신 그만 일어나시죠. 저 수평선이야 평생 누워 지내도 등창 하나 없지만, 인간이야 본래 세로로 걷는 짐승 아닙니까?’ 냅다 물컹한 반죽을 빼앗아 빳빳한 공장과 아파트를 세우니 얼마나 ‘쓸모’ 있는가, 자랑스럽고 우쭐했었지. 글쎄, 하릴없이 뻘밭에 이는 파문이 그토록 ‘큰 말씀’인 줄 뉘 알았겠나. ‘장자’에, 혼돈에 구멍을 뚫으니 혼돈이 죽은 까닭을 다시 펼쳐 봐야겠네. 모두들 떠들썩한 문명의 소음에 가는귀가 먹은 지금, ‘쓸모없음의 쓸모’에 귀 기울여야겠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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