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이야기]<111>旅·派·脈

  • 입력 2006년 9월 2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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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旅(여)’는 갑골문(甲骨文)에서 ‘깃발 밑에 있는 두 사람’을 나타낸다. ‘方’은 ‘깃발’이고, 오른쪽 부분의 ‘1’는 두 사람이 깃발을 따라가는 모양이다. 그러므로 ‘旅’는 깃발을 따라 무리를 지어 행진하는 모습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형태로부터 ‘1’는 ‘깃발에 따라 나뉘어 가는 갈래나 유파’를 의미함을 알 수 있다.

‘旅’의 의미는 ‘군사, 5명을 1대(隊)로 하는 군대의 편제’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에 해병여단(海兵旅團)이 있다. 여단(旅團)이라는 말은 ‘군대의 편제’라는 의미에서 나왔다. ‘旅’에는 ‘무리, 많은 사람, 여행, 나그네’라는 의미가 있는데, ‘무리, 많은 사람’이라는 의미는 ‘깃발을 따라가는 많은 사람’에서 나온 것이고, ‘여행, 나그네’는 ‘깃발을 따라 여기저기 이동하는 사람’에서 파생되어 나온 것이다.

‘派(파)’는 ‘수(물 수)’와 ‘1’가 합쳐진 글자이다. ‘派’는 곧 ‘물’과 ‘갈래’라는 의미가 합쳐진 것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派’의 의미는 ‘물의 갈래, 강물이 갈려서 흘러내리는 가닥’이 된다. 이로부터 ‘갈라져 흐르다, 나누다, 가르다’라는 의미가 생겨났으며, 물이 갈라져 흐르는 모습에서 ‘파견하다’라는 의미가 나왔다. ‘갈라져 나온 계통’, 즉 ‘流派(유파)’라는 의미도 생겨났다.

‘脈(맥)’은 ‘月(육)’과 ‘1’가 합쳐진 글자이다. ‘月’은 ‘肉’과 동일한 글자로서 ‘동물의 살’, 특히 ‘사람의 살’을 나타낸다. ‘살’과 ‘갈래’가 합쳐진 의미를 나타낸다. 사람의 몸 가운데 가장 눈에 잘 보이는 ‘살의 갈래’는 ‘혈맥’이다. 혈맥은 피부에서도 잘 보인다. 그러므로 ‘脈’의 가장 기본적 의미는 ‘혈맥’이다. ‘혈맥’으로부터 ‘맥박, 진맥하다, 맥박을 재다’라는 의미도 나왔다. ‘혈맥’과 모양이 비슷한 ‘수로(水路), 줄기, 잇달음, 연이음’이라는 의미도 파생되어 나왔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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