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방지축 땡칠이도 좋지만 성숙한 연기도 하고 싶어요”

  • 입력 2006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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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망받는 아역 배우였다. 하지만 그늘이 생겼다. 유명세를 치르면서 또래와 멀어졌고, 어른들에게 상처도 받았다. 마음을 닫는 버릇이 생겼다. 2003년 고3 겨울 크리스마스. 결국 폭발했다. 섭외가 들어온 드라마 주연 배역이 촬영 하루 전날 교체됐다. 아마 명랑한 춘향(쾌걸 춘향) 역이었지…. 기획사에 당분간 연기를 못 하겠다고 밝히고 ‘잠수’했다. 3년이 흘렀다. 미련일까? 대학(한양대 연극영화과)에서 연출 실습을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친구들에게 일일이 연기를 지시하고 있었다. 갑자기 배역에 몰입되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아역배우 출신의 진부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그 주인공이 KBS 주말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극본 문영남·연출 배경수) 막내딸 ‘종칠’이라면 놀랄 사람이 많을 것이다.

“갑자기 가슴속에서 꺼져 있던 무언가가 튀어 나왔어요. 그리고 돌아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결혼(극중)까지 했어요.”

탤런트 신지수(21)의 표정은 차분했다. 군인 출신 아버지 밑에서 자라는 덕칠(김혜선), 설칠(이태란), 미칠(최정원), 종칠 등 네 자매의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는 지난달 27일 시청률 42.8%(TNS 미디어코리아)를 기록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재수생 신분으로 과외교사 대학생 태자(이승기)와 눈이 맞아 하룻밤 실수로 임신해 결국 결혼까지 하니…. 천방지축으로 보이겠죠. 하지만 종칠은 알 수 없는 친구예요. 애 같지만 어떤 점에서는 무섭다 싶을 정도로 생각이 깊고. 제 성격도 실제로는 과묵해요.”

남편의 외도, 입대, 고부갈등 등 고된 결혼생활이 이어진다. 마냥 어려 보이는 종칠이 아이를 가졌는데도 시어머니 찬순(윤미라)의 구박은 여전하다.

“눈물이 핑 돈 적이 많아요. 시어머니가 남편만 감싸니(웃음). 처음에는 생소해서 힘들었어요. 혼전임신에, 조기 결혼, 고부 관계까지. 하지만 복잡하게 생각하면서 연기하니까 오히려 (연기) 디테일이 사라지더군요. 요즘은 아무 생각 없이 몰입해요(웃음).”

반전의 기회가 온다. 찬순이 술에 취해 공수표(노주현)의 집에서 자게 되고 이를 종칠에게 들킨다. 시어머니의 약점을 잡은 종칠은 이제 큰소리치기 시작할 예정. 그는 중학생이던 2000년 SBS 드라마 ‘덕이’로 데뷔해 SBS 연기대상 아역상을 탔고, 2002년 KBS ‘고독’으로 KBS 청소년 연기상을 받아 기대주로 꼽혔다. 곧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에서 앵금 역을 맡아 본격적인 성인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동안이지만, 아닌가?(웃음) 변신하지 않아도, 아픔을 많이 가진 사람, 시니컬한 연기를 해 보고 싶어요. 일상의 소소한 모습에서 뽑아낸 영화 연출도요. 이런 소재를 이렇게 할 수 있구나, 그런 거∼.”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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