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38년 클라크 게이블 ‘바람과 함께…’ 계약

  • 입력 2006년 8월 24일 05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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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8월 24일 할리우드의 배우 클라크 게이블(1901∼1959)은 마지못해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출연하기로 계약했다. 출연료를 많이 준다고 해서 계약서에 서명하긴 했지만 그는 마음이 영 내키지 않았다.

영화를 맡은 제작자 데이비드 셀즈닉은 ‘바람과…’의 남자 주인공 레트 버틀러 역으로 게이블 말고 다른 사람은 생각도 하지 않았던 터다. MGM 전속 배우였던 게이블을 캐스팅하기 위해 셀즈닉은 막대한 돈을 지불했고, 공동 투자해 이윤을 나누자는 MGM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흥행에 대한 기대로 소속사는 한껏 고무돼 있었지만 게이블은 그런 분위기가 부담스러웠다.

그렇지만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제작자답게 셀즈닉의 감각은 탁월했다. 능글맞으면서도 매력적인 버틀러 역은 체격 좋고 넉살 좋은 게이블에게 딱 맞았다. 영화는 대히트를 쳤고, 게이블은 특히 여성 관객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게이블은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유전이나 벌채장의 인부 같은 막일을 하면서 자랐지만 연기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10대 때부터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연극무대에 서는 생활을 했다. 영화배우가 되고 싶어서 할리우드로 이사했고 엑스트라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고군분투했다. 30세 나이에 서부극 ‘그려진 사막’의 악당 역을 맡으면서 게이블은 조명을 받는다.

프랭크 카프라의 ‘어젯밤에 생긴 일’에 출연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게이블의 화려한 경력이 시작됐다. 당시 이 영화에서 속옷 없이 셔츠만 입고 나온 게이블의 패션은 남성들 사이에서 유행이 되기도 했다. 그는 ‘바운티호의 반란’ ‘브로드웨이 멜로디’ 등 출연작마다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는 할리우드의 흥행 제조기로 떠올랐다.

결혼을 다섯 번이나 한 것도 게이블의 특이한 삶의 이력 중 하나다. 태어나자마자 죽은 모친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지 연상 여인과의 사귐이 잦았다. 첫 부인은 그보다 열네 살, 두 번째 부인은 열일곱 살이나 나이가 많았다. 외모도 멋진 데다 배우로 인기를 모으면서 그의 주변에는 여자들이 북적댔고 결혼생활에는 계속 문제가 생겼다. 다섯 번째 아내에게서 행복과 안정을 찾는 듯했으나 그는 59세 나이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그의 대표작은 역시 게이블을 세기의 연인으로 만들어 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의 허리를 뒤로 젖힌 뒤 키스하는 장면, 유명한 대사인 “솔직히, 내 알 바 아니오”를 내뱉고 스칼렛에게 작별을 고하는 장면…. 게이블의 뛰어난 연기 덕분에 ‘바람과…’의 장면장면은 영화 팬들의 뇌리에 생생히 남아 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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