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천년의 사랑 품다…해인사 ‘비로자나데이’ 축제

  • 입력 2006년 7월 2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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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우와 직녀가 만난 날인 음력 칠월칠석을 앞두고 젊은 남녀들을 위한 행사가 사찰에서 펼쳐진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견우와 직녀가 만난 날인 음력 칠월칠석을 앞두고 젊은 남녀들을 위한 행사가 사찰에서 펼쳐진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팔만대장경 목판본을 보관하고 있어 법보종찰(法寶宗刹)로 불리는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천년의 사랑’ 축제가 벌어진다. 음력 칠월칠석을 앞두고 29일 가야산 해인사 일대에서 밤늦게까지 젊은 남녀들이 탑돌이를 하고 문화공연도 즐기는 ‘비로자나데이’ 축제가 벌어지는 것.》

전통 명절인 칠월칠석은 견우직녀가 일 년에 단 하루 오작교에서 만난다는 ‘사랑과 만남’의 날. 전래 신앙에서는 칠성신께 기우제를 지내며 생명과 다산을 기원하는 날이기도 하다. ‘비로자나’는 인도 산스크리트어로 ‘빛, 광명’이라는 뜻으로 높은 곳에서 세상 구석구석을 비추는 부처님을 뜻한다. 그런데 칠월칠석날, 절간에서 웬 세속의 사랑 축제일까?

이 축제는 해인사의 쌍둥이 비로자나불에 얽힌 ‘천년의 사랑’ 전설과 관계가 있다. 지난해 법보전 비로자나불상에 새로 금칠을 하던 중 불상 안 내벽에서 제작 연도가 새겨진 명문이 발견됐다. 이 명문을 통해 비로자나불상이 신라시대인 883년에 제작된 국내 최고(最古)의 목조불상으로 판명됐다. 또 신라시대 최고 관직인 대각간과 비(妃)가 발원해 쌍둥이 등신불을 만들었다는 기록도 발견됐다.

사람들은 부부 불상의 주인공이 누구일까 하는 점에 주목했다. 학계에서는 연구 끝에 불상의 주인공이 신라시대 대각간 위홍과 진성여왕 커플일 것으로 추정했다.

삼촌과 조카 사이인 두 사람의 결혼에 대해 김부식의 ‘삼국사기’는 사통에 가까운 것으로 치부했지만, 근친결혼 사례가 많았던 당시 성도덕에 비춰 봤을 때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진성여왕은 결혼 2년 만에 남편 위홍이 죽자, 그를 ‘혜성대왕’으로 추대해 사랑을 잃은 슬픔을 표했다. 조선시대 문인 조위의 문집에는 “진성여왕은 해인사를 ‘혜성대왕 원당(願堂)’이라 이름 짓고, 왕위도 버리고 해인사로 가서 지내다 죽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은 “목조 쌍둥이 비로자나불을 만든 날이 ‘중화 3년 계묘(883년) 여름’으로 드러나 양수(홀수)인 7이 겹치는 날에 ‘비로자나데이’ 행사를 마련했다”며 “쌍둥이 불상의 ‘영원한 사랑과 영생’의 염원이 만남과 다산의 의미를 가진 칠월칠석과도 연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이날 밤 해인사에서는 가수 김종국이 출연하는 ‘한여름 밤의 꿈’, 국악인 김성녀의 ‘천년의 사랑’, 국제적인 한복디자이너 이영희 씨의 한복 패션쇼 등이 펼쳐지고 청춘남녀의 ‘사랑의 탑돌이’ 행사가 밤늦게까지 이어진다. 이에 앞서 낮에는 국악그룹 ‘이스터녹스’의 퓨전 국악공연, 4인조 그룹 ‘비즐리’의 월드뮤직 콘서트, 줄꾼 권원태와 어릿광대의 재담과 외줄타기 시범, 사찰음식 맛보기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055-934-3000

한편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에서도 30일 오후 2시 사찰 내 보우당에서 ‘견우와 직녀의 아름다운 만남-선남선녀 인연 맺기’ 행사가 열린다. 1200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고찰에서 펼쳐지는 신세대 젊은이들의 미팅 페스티벌이다.

주지 스님의 사랑과 인연에 대한 특강에 이어 테이블 빙고와 스피드 게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오후 8시까지 진행된다. 02-3218-4820, www.bongeunsa.org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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